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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설거지·청소하는 노인, 치매 위험 낮다 왜?

중앙일보 2020.02.05 13:00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41)

유엔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을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통계에 의하면 2017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2025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고령화 속도가 급격히 진행되는 경우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가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된지 26년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되는 데 반해, 일본은 36년, 독일이 77년, 미국이 94년, 프랑스는 무려 154년이 걸렸다고 하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2017년 ‘란셋(Lanset)이라는 유명한 학술지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향후 기대수명 전망치가 발표됐다. 2030년 인류 역사상 기대수명이 90세를 넘기는 최초의 국가가 나오는데, 그 국가가 놀랍게도 대한민국이다. 2030년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이 91세로, 90세를 넘기게 된다.
 
기대수명의 증가는 소득 증가, 생활 수준의 향상을 다 반영하는 것이어서 이것 자체는 매우 반길 일이다. 하지만 기대수명의 증가에 따른 고령화는 전체 인구 중 고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부담 증가를 가져다주는 일이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
 
2017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2025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 pixabay]

2017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2025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 pixabay]

 
국민의료비 지출의 증가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두드러진 현상이다. 의료비에서도 노인 의료비의 증가는 전체 의료비 증가를 가져다주는 큰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의료비는 비노인층의 2.4배가 된다. 고령자에의 의료비는 1990년에는 전체 의료비의 10.8%에 불과하였으나 2000년 17.4%, 2018년에는 40.8%로 증가했다. 특히 치매나 신체장애로 인해 치료 및 간호를 필요로 하는 고령자 수가 2003년 83만명에서 2020년에는 159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같은 기간 중 노인의료비는 8조3000억원으로 4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성 치매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무언가를 하려고 계획했다가 한순간 기억이 나지 않아 곰곰이 생각을 되뇌었던 적 있는가. 노년에 동반되는 기억력저하 현상은 정상이지만, 잦은 빈도로 깜빡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이 보인다면 치매 초기증상일 수 있다. 치매가 진행되기 전에 치매초기증상을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는 질병의 경과를 좋아지게 만들 수 있다. 치매환자는 의식에는 장애가 없지만, 기억·지능·인격 기능에 장애가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 되풀이해 묻는다. 평소에 익숙한 일도 잘 수행하지 못한다. 말할 때 적합하지 않은 단어를 쓰거나 의사 전달력이 떨어진다. 시간과 장소에 대한 판단력이 약해진다. 숫자에 대한 지각력이 떨어진다. 건망증이 심해지고 흥분과 의심, 지나친 두려움 등 기분의 변화가 급격하다. 이러한 증상을 보이면, 치매를 의심해 치매 진단을 빨리 받아야 한다.
 
치매는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뇌가 손상되면서 기억력과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과거에는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요즘에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 등 많은 유해 요소를 접하는 젊은 층에게서도 발병할 수 있다. 노인성 치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와 혈관 치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파킨슨병이나 퇴행성 뇌질환, 약물 과다로 인한 치매 증상, 대사 부족 등이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환자는 의식에는 장애가 없지만, 기억·지능·인격 기능에 장애가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 되풀이해 묻는다. 평소에 익숙한 일도 잘 수행하지 못한다. [사진 pixabay]

치매환자는 의식에는 장애가 없지만, 기억·지능·인격 기능에 장애가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 되풀이해 묻는다. 평소에 익숙한 일도 잘 수행하지 못한다. [사진 pixabay]

 
치매 환자는 뇌의 특징적인 병변을 보인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뇌에 플라크와 엉킴이 있다. 플라크는 베타 아밀로이드 (beta-amyloid)라 불리는 단백질의 덩어리이며, 엉킴은 타우 단백질로 구성된 섬유질이다. 이 덩어리는 건강한 뉴런과 그것들을 연결하는 섬유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가 여러 독성 물질에 노출돼 이상 단백질과 섬유 엉킴이 발생하는 것이 치매라고 보인다.
 
치매의 원인인 뇌세포의 손상이 이루어지는 데는 개인의 감수성이 매우 큰 역할을 하지만, 2형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심장질환 위험 인자가 원인이라는 연구보고도 있다. 특히 2형 당뇨병의 주요한 특징인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이 이러한 치매와 2형 당뇨병의 연관성을 뒷받침한다. 당뇨와 고혈압으로 인한 혈관 손상으로 발생하는 혈관 치매가 다수를 차지하기에, 당뇨와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관리가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
 
매일 몸을 많이 움직이는 노인일수록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다. 미국 러시아 대학의 신경과 전문의 아론 부크먼 박사는 운동과 요리, 설거지, 청소, 카드게임 등 몸을 움직여 하는 일이 많을수록 치매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부크먼 박사는 치매 증세가 없는 평균연령 82세의 노인 716명을 대상으로 신체 활동량과 인지 기능을 테스트했다고 설명했다. 분석결과 하루 신체활동량 하위 10% 그룹이 상위 10% 그룹보다 치매 위험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동은 못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어떤 형태로든 몸을 움직이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치매환자도 마을에서 행복한 노년을 보낼수 있으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건강한 노령기를 보낼 수 있게 커뮤니티케어와 의료·돌봄·복지 주거 체계가 구축되길 바란다. [사진 pixabay]

치매환자도 마을에서 행복한 노년을 보낼수 있으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건강한 노령기를 보낼 수 있게 커뮤니티케어와 의료·돌봄·복지 주거 체계가 구축되길 바란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가구 비율이 40%로 유난히 높다. 노인들이 영양 빈곤에 빠지는 경우 뇌에 독성물질의 영향을 막아주는 항산화물질 부족 등으로 치매 가능성이 높다. 노인일수록 일상적인 식사의 질을 높여 잘 먹는 것이 치매 예방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치아관리를 잘하는지, 저작능력이 잘 유지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주거환경이 열악해 유해 대기오염물질이나 알루미늄 등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이 역시 신체 방어기전이 약화된 상태에서 뇌가 독성영향을 받아 치매 가능성이 커진다.
 
가난한 노인의 치매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건강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노인은 주치의가 직접 왕진으로 처한 환경을 점검해 치매로 발전하지 않도록 사전에 건강관리계획을 세워 관리해야 한다. 의사, 한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재활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여러 전문인력이 주치의 팀을 이루어 노인의 효과적인 건강관리에 임해야 한다. 이것이 지역에서 ‘커뮤니티케어’를 구축하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2025년에는 치매 환자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환자도 마을에서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으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건강한 노령기를 보낼 수 있게끔 우리 사회에서 이에 걸맞은 커뮤니티케어와 의료·돌봄·복지 주거 체계가 구축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최종적으로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단지 소득이 높은 사회가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엄하게 살 수 있게 하려고 우리 사회가 경제 개발에 힘쓰는 것 아닌가.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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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한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필진

[임종한의 디톡스] 브레이크 없이 진행되는 산업화, 문명화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바꿔놓기는 했지만 그만큼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유해성분과 독소에 노출되고 있다. 우리 몸의 독소를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건강한 일상,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디톡스(Detox, 해독)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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