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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말아먹을까 국수도 안먹는 정몽원,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

중앙일보 2020.02.05 11:54
선수들을 위해 직접 물을 준비하는 정몽원 회장. 서번트리더십을 실천하는 경영자다. [중앙포토]

선수들을 위해 직접 물을 준비하는 정몽원 회장. 서번트리더십을 실천하는 경영자다. [중앙포토]

정몽원(65) 한라회장 겸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정몽원 회장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명예의 전당 헌액
아이스하키에 미친사람, 25년간 헌신
원정 땐 선수 물통 챙기며 함께 숙식

IIHF는 5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 명예의 전당 헌액자 6명(선수 5명·빌더 1명)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지도자·행정가로서 아이스하키 발전에 공로가 큰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빌더(Builder) 자격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됐다.  
 
정 회장은 츠츠미 요시아키, 가와부치 츠토무, 도미다 소이치(이상 일본), 보리스 알렉산드로프(카자흐스탄)에 이어 아시아에서 5번째로 IIH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정 회장의 IIHF 명예의 전당 헌액 공식 행사는 2020 IIHF 월드챔피언십 대회 마지막 날인 5월 25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다.  
 
IIHF는 정 회장이 변함 없는 의지와 노력, 헌신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점을 높이 평가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다고 밝히며, 정 회장이 걸어온 길을 소개했다.  
 
특히 ‘한국 아이스하키의 2018년 평창 올림픽 출전은 정 회장의 변함없는 의지가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고, 평창 올림픽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결성과 출전도 정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의지,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2018년 2월1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러시아-슬로베니아 남자아이스하키 경기를 관전한 정몽원 회장. 강릉=박린 기자

2018년 2월1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러시아-슬로베니아 남자아이스하키 경기를 관전한 정몽원 회장. 강릉=박린 기자

1990년대 중반, 한국남자아이스하키 실업팀인 안양 한라는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낯선 현지팀과 연습경기에서 1-8 대패를 당했다. 알고보니 상대는 캐나다 동네 피자배달원·집배원들이 만든 동호회팀이었다. 1996년 한라는 일본 실업팀 오지 제지에 교류전을 요청했다가, 전력차가 너무 크다며 문전박대 당한 적도 있다. 한국남자아이스대표팀은 1982년 0-25 참패를 시작으로 34년간 일본전 1무19패에 그쳤다. 

 
‘아이스하키에 미친 사람’ 정 회장이 상전벽해를 이뤄냈다. 그는 94년 실업팀 만도 위니아(현 한라)를 창단했고, 97년 외환위기 때도 팀을 지켰다. 2003년 일본실업팀에 손을 내밀어 연합리그를 발족시켰고 지금의 아시아리그가 됐다.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해마다 한라 아이스하키팀에 50~60억원, 협회에 15억원을 출연했다. 2008년부터 대표팀 원정경기마다 동행해 선수들이 묵는 3성급 호텔에서 함께 자고, ‘주무’처럼 선수들 물통에 물을 손수 채워넣었다. 대회기간 경기를 말아먹을까봐 면(麵)류를 절대 먹지 않는다.   
백지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격려하는 정몽원 회장. [중앙포토]

백지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격려하는 정몽원 회장. [중앙포토]

정 회장 주도로 2014년 북미아이스하키(NHL) 출신 백지선(영어명 짐 팩) 감독을 영입했고, 국내에서 뛰던 캐나다·미국 출신 7명을 귀화시켰다. 정 회장은 외교네트워크를 총동원해 IIHF를 설득, 2014년 9월 한국남녀아이스하키의 평창올림픽 본선진출권 획득도 이뤄냈다. 
 
한국은 2017년 4월 세계선수권 2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에 진출했다. 평창올림픽에서도 세계 6위 체코(1-2패), 세계 4위 핀란드(2-5패), 세계 1위 캐나다(0-4패)를 맞아 선전했다. 
 
남자아이스하키는 이제 일본을 상대로 2016년 이후 5연승 중이다. 한라는 아시아리그 최다우승(2010, 2011, 2016, 2017, 2018)을 보유한 팀이 됐다.
 
정 회장은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올림픽 유산인 강릉하키센터를 아이스하키 전용 경기장으로 존속시켜 발전 허브로 삼는다는 구상 아래 지난해 2월 남녀 대표팀이 출전하는 국제 친선 경기인 레거시컵을 강릉에 출범시켰다.  7일 레거시컵 두 번째 대회가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다. 앞서 지난달 28일부터 3일까지 20세 이하(U-20)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B 대회가 같은 장소에서 열렸고, 한국 U-20 대표팀이 5연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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