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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영향에 계륵서 필수품으로..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사업의 반전

중앙일보 2020.02.05 11:00
“설까지만 해도 경로당 창고에 100개가 넘는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퍼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방 사라졌어요.”
 

정부, 984억원 들여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
지난해 보급한 마스크 상당수 보급 안된 상태
신종 코로나 확산에 수요 급증, 추가 요구도
정치권은 마스크 예산 삭감에 네탓 공방까지

4일 대전 시내 한 경로당에서 만난 배모(78)씨는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노인들이 경로당 창고에 있던 미세먼지 마스크를 다 가져갔다”며 이렇게 말했다. 배씨는 “어떤 노인은 ‘자식에게 줘야 한다’며 챙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전시내 한 경로당에 남아있던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한다는 소식에 순식간에 동났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내 한 경로당에 남아있던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한다는 소식에 순식간에 동났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가 추진하는 저소득층 대상 미세먼지 마스크 무료 보급사업이 반전을 맞고 있다. 당초 정부가 국민에게 마스크까지 나눠주는 게 예산 낭비이자 ‘복지과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에 보급한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가 경로당이나 동사무소 등에 상당수 남아 있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발병 사태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세먼지 방지용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 차단용으로 용도가 뒤바뀐 것이다.    
 
4일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생활시설 거주자 등 저소득층과 노약자 246만명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보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984억원이다. 국비가 460억원, 나머지는 지자체 예산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추경 예산 194억원을 편성해 미세먼지 마스크를 보급했다.  

 
이에 대해 대전의 한 동사무소 복지담당 직원은 “일부 동사무소에 남아있던 마스크가 최근 며칠 사이 모두 소진된 상태”라며 “마스크를 찾는 주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이 직원은 “주민센터 오면 주고 아니면 상담 나가서 주고 하는데 대부분 대상자가 찾아갔고, 일부는 직원들이 직접 나눠줬다”고 했다. 부산 동래구 사직1동 주민센터도 남아있던 마스크 230여개를 최근 모두 보급했다.  
 
정부는 올해 마스크 보급을 서두르기로 하고, 최근 각 시·도에 예산 배분 작업을 마쳤다. 주요 시·도별 올해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사업 예산을 보면 ^서울 158억원^부산 79억4700만원^대구 57억5900만원^인천 51억8600만원^광주 41억9600만원^대전 24억1300만원^경기 191억6700만원 등이다.  

 
마스크는 시·군·구별로 제조업체를 선정해 확보한다. 각 지자체는 업체 선정 공고와 입찰 과정을 거치면 오는 3월 초에는 마스크를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난해 보급한 마스크를 아직 사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다소 여유가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절차를 진행해 마스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마스크 제품을 사도록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4일 경기도 포천시의 마스크제조용 필터 업체 이앤에치에서 공장 관계자가 헤파 필터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4일 경기도 포천시의 마스크제조용 필터 업체 이앤에치에서 공장 관계자가 헤파 필터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는 미세먼지 마스크 공급 절차를 최대한 서둘러 2월 중에 나눠줄 수 있도록 구·군에게 요청했다. 정태효 부산시 복지정책과장은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서두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올해 미세먼지 마스크 방지용 마스크 보급 예산 삭감을 놓고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마스크 보급 예산으로 574억원을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기국회 예산 심사과정에서 114억원이 삭감됐다. 
 
자유한국당측은 “민주당 등 여권 '4+1 협의체'가 협의하고 수정한 예산안에는 460억4100만원으로 수정돼 제출됐다”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밀실협의'를 거치면서 20% 감액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 등이 '미세먼지 방지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며 “결국 마스크 단가를 개당 1000원에서 800원으로 내리는 방법으로 예산 20%를 삭감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대전·부산=김방현·황선윤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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