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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문 유포 국가전복죄" 코로나 사망 490명, 국민 입막는 中

중앙일보 2020.02.05 09:0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사망자와 확진 환자 증가 숫자가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무서운 확산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망자는 500명 돌파를 눈앞에 뒀고 확진 환자도 2만 5000명에 다가섰다.
중국 우한에 신종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새로 건설된 훠선산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우한에 신종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새로 건설된 훠선산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5일 오전 발표에서 4일 하루 동안 65명이 숨져 이제까지 사망자가 49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3일 64명이 사망한 데 이어 4일 또다시 역대 1일 최다인 65명의 희생자를 낸 것이다.  

4일, 역대 최고인 65명 사망자 발생
확진 환자는 2만 5000명에 육박 중
외출 금지한 유령도시 4개로 늘어
2000만 명 집안에 갇혀 생활해야
유언비어 만들거나 퍼뜨릴 경우
국가 전복죄로 15년 징역에 처해

매일 신기록이 쓰이고 있다. 지난달 11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불과 25일 만에 500명 가까운 사람이 신종 코로나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너무 빠른 속도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21세기에 그것도 세계 2위 경제체라는 덩치 큰 나라에서 국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우한의 팡창의원에 신종 코로나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긴급하게 마련됐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우한의 팡창의원에 신종 코로나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긴급하게 마련됐다. [중국 신화망 캡처]

확진 환자도 4일 하루 가장 많은 3887명이 늘어 2만 4324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로 이어질 수 있는 중증 환자는 4일 431명이 늘어 3219명이 됐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걸으며 중국 내 유령 도시가 늘고 있다. 지난 1일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인근의 황강(黃岡)이 모든 시민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린 데 이어 3일엔 황강과 강 하나를 마주 보고 있는황스(黃石)도 외출 금지란 비상조치를 취했다.
인구 750만의 황강과 270만의 황스 등 10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당분간 집에 갇혀 생활해야 한다. 황강의 경우엔 가구당 이틀에 한 번 한 사람만을 내보내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다. 황스는 이틀에 한 번의 제한은 없으나 매 가구 단 한 명의 외출만 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싸우다 지친 의료진이 잠시 새우잠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싸우다 지친 의료진이 잠시 새우잠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황강은 후베이성에서우한 다음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곳이다. 5일 오전 현재 25명이 숨졌고 확진 환자는 1645명에 이른다. 방역 업무 소홀로 처벌받은 간부만 337명이나 되는 등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황스는 이제까지 두 명의 사망자와 509여 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는데 하루 신규 환자가 104명으로 폭증하면서 비상수단을 강구하게 됐다. 이어 4일 정오를 기해서는 역시 황강에서 가까운 인구 100만의 어저우(鄂州)도 외출 금지를 선포했다.  
어저우는 황강 다음으로 많은 18명의 사망자를 냈다. 어저우 시민은 앞으로 황강과 비슷하게 이틀에 한 번 가구당 한 명이 바깥에 나가 필요 물품을 살 수 있다. 주민을 집안에 묶어두는 극약 처방이 후베이성의 각 도시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부터 외출 금지령이 내리며 인적이 끊겨 유령 도시로 변한 황스. [중국 바이두 캡처]

지난 3일부터 외출 금지령이 내리며 인적이 끊겨 유령 도시로 변한 황스. [중국 바이두 캡처]

후베이성 바깥에선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가 외출 금지에 동참했다. 원저우는 저장성 내 가장 많은 340명의 환자를 보유하고 있다. 상주인구만 920만에 이르는 원저우에서 우한으로 가 사업 등 장기 체류를 하는 사람이 18만 명에 이른다.
야오가오위안(姚高員) 원저우 시장은 이제까지 우한에서 돌아온 4만 8800명에 대해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저우는 1일 24시부터 8일 24시까지 일주일 동안 외출 금지를 실시 중이다.  
중국 우한과 가까운 인구 100만의 어저우시도 4일 낮 12시를 기해 시민의 외출 금지라는 비상 결정을 내렸다. [중국 징추망 캡처]

중국 우한과 가까운 인구 100만의 어저우시도 4일 낮 12시를 기해 시민의 외출 금지라는 비상 결정을 내렸다. [중국 징추망 캡처]

중국 4개 도시 인구 2000만 명의 바깥출입이 막힌 것이다. 특히 황스와 어저우는 2017년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질병예방통제국이 선정하는 국가위생도시로 뽑히는 영광을 안기도 했는데 이젠 역병으로 외출 금지를 하는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문제는 인적은 끊겼으나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달린다는 점이다. 5분 동안 시신 8구가 나가는 걸 봤다는 동영상이 전파를 타며 중국 당국이 사망자 수를 감추고 있다는 의혹이 일자 중국 정부는 이번 역병과 관련한 초강경 조치의 일단을 4일 선보였다.
헤이룽장(黑龍江)성 고급인민법원이 이날 발표한 긴급 통지를 보면 이번 역병을 이용해 헛소문을 제조 또는 유포하는 자는 국가의 분열을 선동하고 국가의 통일을 파괴하며 정권 전복을 선동하고 사회주의 제도를 뒤엎는 것으로 최고 15년 징역에 처한다는 것이다.
우한에서 4만 여 명 이상이 춘절을 쇠러 돌아오며 신종 코로나 환자가 속출한 저장성 원저우의 야오가오위안 시장은 1일 자정부터 시민 외출 금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중국 CCTV 캡처]

우한에서 4만 여 명 이상이 춘절을 쇠러 돌아오며 신종 코로나 환자가 속출한 저장성 원저우의 야오가오위안 시장은 1일 자정부터 시민 외출 금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중국 CCTV 캡처]

중국에서 무엇이 유언비어이고 무엇이 옳은 정보인지를 가리는 건 지난한 일이다. 당초 이번 질병의 심각성을 가장 먼저 알린 우한의 의사 8명이 1월 초 공안(公安, 경찰)에 붙들려 헛소문 퍼뜨리지 말라는 각서에 서명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릇된 소문이야 단속하는 게 맞지만 이걸 국가 정권의 전복이나 사회주의 제도를 뒤엎는 행위와 같은 반열에 올려 중형을 때리겠다는 건 중국 국민의 입막음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정보 통제에 나설수록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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