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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장으로 버티라니" 인도서 마스크 압수된 한국인 한탄

중앙일보 2020.02.05 08:00
중국 광저우 도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임시검사소. [사진 독자 제공]

중국 광저우 도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임시검사소. [사진 독자 제공]

이쯤되면 '마스크 전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세계 각지에서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마스크 매점매석과 국외 반출 등을 막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5일부터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생산자와 판매자를 징역 2년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 속 중국에 거주하는 한 사업가가 인도 공항에서 지인들에게 줄 마스크를 압수당했다고 호소했다. 
 
중국 광저우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A씨(55)는 지난 3일 인도에서 열흘 정도의 출장을 마치고 귀국을 위해 뉴델리공항을 찾았다. A씨는 뉴델리에서 발품을 팔아 가족·친척과 회사 직원들에게 줄 마스크 1000장을 어렵게 구했지만 공항에서 이를 모두 빼앗겼다고 한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마스크는 물론 소독약이나 알코올도 구할 수 없다”며 “정부 운영 방침에 따라 집 밖에 나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해 마스크 한장을 식초로 소독해 여러 명이 돌려쓰고 있다”고 마스크를 대량 구매한 배경을 설명했다. 
 

“지인들에게 줄 마스크였는데”

 
A씨는 “뉴델리공항에서 세관원이 마스크를 한 명당 한장밖에 가져갈 수 없다며 화물로 부치라고 했다”며 “하지만 공항 안에는 화물 택배가 없고 내일부터 중국행 항공편이 끊어진다는 얘기가 있어 귀국 비행기를 꼭 타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항 관계자들이 (비행기를 탈지, 마스크를 화물로 부칠 지) 빨리 선택하라며 나를 거칠게 내몰아 결국 지시한 곳에 마스크를 두고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탑승시간이 임박해 압류 관련 서류도 요청하지 못했다고 했다. 
 
중국 광저우 바이윈 공항. 이용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 독자 제공]

중국 광저우 바이윈 공항. 이용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 독자 제공]

광저우에 도착한 A씨는 주인도 한국대사관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인도 정부가 지난달 31일 마스크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하지만 공항에는 마스크와 관련한 어떤 안내 문구도 없었다”며 “시골 마을에 있는 집에서 저만 믿고 마스크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대사관 측은 신고 2시간여 뒤 A씨에게 전화해 “확인해보겠다”고 알려왔다. 
 

인도 정부 “수량 많아 반출 금지”

 
대사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인도 세관 측은 마스크 수량이 많아 상업용으로 보고 반출을 금지했다고 설명했다”며 “몇 장 이상을 상업용으로 보는지 기준이 없다. 개인이 쓰기 위해 10장 정도씩 가져가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도 역시 신종 코로나 사태로 물자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마스크를 돌려받으려면 인도에 다시 와 본인 것이라는 걸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인도 정부의 별도 명령이 있기 전까지 중국에서 마스크를 돌려받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우선 인도 세관에 A씨의 마스크가 보관돼 있는 지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 아파트 출입 때마다 체온 재 

 
A씨는 다시 인도에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에 따르면 광저우에서 마을별로 확진자가 많이 나와 주민들이 두문불출하고 있다. 아파트 입구에서는 경비가 외부인을 통제하고 출입 때마다 체온을 측정한다. 엘리베이터에는 휴지를 비치해 버튼을 누를 때 쓰고 있다. 
 
A씨는 “이 엄중한 시기에 마스크를 뺏는 행위는 가족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폭력적인 일”이라며 “무슨 방법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탑승구에서 만난 중국인은 마스크 수천장을 비행기에 실었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가진 마스크 2개로 어떻게든 버텨봐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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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스크 수요가 계속 늘자 인도뿐 아니라 대만 정부 역시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마스크 수출 금지 조처를 내렸다. 
 
최은경·정종훈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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