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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청년정치인, ‘물갈이 자객’ 되나…현역 단수후보 지역구 대거 투입

중앙일보 2020.02.05 05:00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정치인 활용법’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예비후보 검증을 통과한 뒤 공천을 신청한 28명의 청년(45세 이하) 중 상당수는 경쟁자 없이 단수 후보로 등록된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배치된다.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공개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접수 현황’에 따르면, 현역 의원 총선 출마자 109명 중 64명(59%)이 단수 후보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4일 “단수 후보라 해서 검증·경선 없이 공천으로 직행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정치인을 지역구에 전면 배치해 현역 의원과 경쟁에 부치는 배경엔 당 안팎의 물갈이 요구가 있다. 최근 당 지도부 내에선 “현역 의원들이 긴장감·경계심 없이 선거에 임하려는 것 같다”는 우려가 거듭 제기됐다고 한다. 민주당 한 의원은 “패기 넘치는 청년들이 무기력한 현역 의원과 붙어 이긴다면 물갈이 효과도 생기고 청년의 정치 참여를 넓히는 두 가지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4인의 민주당 청년 정치인. (왼쪽부터) 장철민 전 원내대표 정책조정실장,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 김빈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 [뉴스1]

지난달 31일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4인의 민주당 청년 정치인. (왼쪽부터) 장철민 전 원내대표 정책조정실장,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 김빈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 [뉴스1]

이미 30대 4인방이 지역구 경선 도전을 선언하며 현역 의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 마포갑의 김빈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 서울 송파병의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 서울 동대문을의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 대전 동구의 장철민 전 원내대표 정책조정실장 등이다. 이들 중 장 전 실장을 제외한 3명은 민주당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과 경쟁을 벌이게 된다. 김 전 행정관은 노웅래 의원과, 여 전 정책관은 남인순 의원과, 장 위원장은 민병두 의원과 맞붙는다.   
 
이들 4인방은 지난달 31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역구 선택 배경에 대해 “민주당의 재선, 3선 지역구가 좀 정체돼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과연 누가 민주당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인지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위 20% 의원 맞상대는 '영입 인재' 

민주당의 14번째 인재로 영입된 조동인(왼쪽 넷째) 미텔슈탄트 대표. 민주당 영입 인재 중 상당수는 지역구에 출마해 현역 의원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14번째 인재로 영입된 조동인(왼쪽 넷째) 미텔슈탄트 대표. 민주당 영입 인재 중 상당수는 지역구에 출마해 현역 의원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순번을 붙여가며 영입한 인재들은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들어간 의원 22명의 지역구에 전면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4일까지 영입된 16명의 인사 중 45세 이하는 총 10명이다. 이 중 1호인 척수장애인 최혜영 교수와 16호인 베트남 출생의 원옥금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이사 등 일부를 제외하곤 지역구 출마가 적극 검토되고 있다.
 
영입 인재를 하위 20% 의원과 붙일 경우 사실상 ‘하위 20% 명단’이 공개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비공개에 부쳐왔는데, ‘영입 인재 출마 지역구=하위 20% 의원 지역구’라는 공식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민주당이 영입 인재의 출마 선언 시점에 맞춰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라고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현역 의원을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영입 인재 출마가 공식화되는 즈음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총선 출마자 공천 심사에 활용할 후보 적합도 조사를 단수 후보 지역구 의원들에 대해서도 실시 중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단수 후보 지역 중 하위 20%가 포함된 경우 좀더 정밀하게 검증하겠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구에 출마하는 청년 정치인들은 각종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는다. 최대 25%에 달하는 청년 가산점이 대표적이다. 또 3000만원 규모의 기탁금·등록비·ARS기탁금에 대해서도 20대는 전액을, 30대는 절반을 감면받는다. 공천이 확정될 경우엔 당 보증으로 선거 유세 등에 필요한 선거 자금을 대출해 줄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3일 청년 우선 공천 및 비례대표 당선가능권 배치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3일 청년 우선 공천 및 비례대표 당선가능권 배치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그럼에도 총선에 출마한 청년 정치인들은 “진입장벽을 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한다. 수도권에 공천을 신청한 한 청년 정치인은 “가산점만 있을 뿐 대부분의 청년 정치인은 자금력·조직력·지역기반이 모두 없다”며 “경선은 권리당원 ARS 투표와 안심번호 ARS 여론조사가 50%씩 반영되는데,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청년과 주민들이 다 아는 현역 의원이 붙으면 결과야 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30대 청년 정치인과 맞붙게 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치 경험이 부족한 청년을 ‘자객’이나 ‘위협적인 존재’라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청년들이 당선 그 자체보다는 선거에 도전해 여러 경험을 쌓는 기회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졍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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