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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 꿈틀, 영국 '한 지붕 네 가족' 깨지나

중앙일보 2020.02.05 05:00
지난 1일(현지시간) EU 잔류를 지지하는 스코틀랜드 시민들이 모여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EU 잔류를 지지하는 스코틀랜드 시민들이 모여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확정되면서 스코틀랜드가 영국을 떠나 EU 가입을 택할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300년 이상 영국의 일원으로 있는 스코틀랜드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주민 60% 이상이 EU 잔류를 희망했다. 스코틀랜드에 이어 북아일랜드까지 분리독립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등 4개 왕국 연합체인 영국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갈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NP, '분리 독립' 내걸고 지난 총선서 압승   

스코틀랜드에서는 집권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을 중심으로 분리독립 움직임이 활발하다. 브렉시트가 진행된 지난달 31일 당일에도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SNP 대표가 SNP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분리독립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터전 수반은 “이제 SNP의 임무는 스코틀랜드의 대다수가 분리독립을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가 정당성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NP는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열 수 있도록 영국 정부가 주민투표 개최 권한을 스코틀랜드 의회에 위임하는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에도 분리독립에 대한 주민투표를 시행했으나 반대(55.3%)가 찬성(44.7%)보다 10%p가량 많아 부결됐다. 
 
잠잠해지는 듯했던 분리독립 이슈는 영국의 EU 탈퇴를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주민은 62%가 EU 잔류에 표를 던졌지만, 영국 국민들은 EU 탈퇴를 택했다. 지난해 12월 조기 총선에서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은 제2 분리독립 주민투표 시행을 공약으로 내걸고 압승을 거뒀다. 이 선거에서 SNP는 스코틀랜드 59개 선거구 중 48석을 차지했다.  
 

영국 의회서 권한 위임 등 남은 과제 많아  

그러나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은 갈 길이 험하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지난해부터 주민투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스코틀랜드 의회에 위임해줄 것을 영국 의회에 요청해왔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영국 의회의 허락이 필수적이다. 
 
영국 정부는 ‘이미 2014년에 분리독립 기회를 줬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스터전 수반에게 보낸 서한에서 “추가적인 분리독립 주민투표로 이어질 수 있는 권한 위임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존슨 총리는 앞서 2014년 실시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한 번 있는 투표”였다며, “또 다른 투표는 스코틀랜드가 겪은 지난 10년 간의 정치적 혼란을 지속시킬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은 반대, EU는 환영…북아일랜드도 독립 움직임   
반면 EU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디언,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도날드 투스크 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일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EU에 재가입을 신청한다면, EU가 열렬히 환영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투스크 전 상임의장은 “스코틀랜드가 EU에 머문다면 EU와 유럽에서 모든 이들이 열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중앙포토]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중앙포토]

스코틀랜드와 별개로 북아일랜드에서도 브렉시트를 계기로 분리독립 열기가 번질 조짐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영국 북아일랜드 지역 분리주의 무장조직의 활동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1998년 벨파스트평화협정을 맺고 무장투쟁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이후에도 강경한 분리독립파는 꾸준히 활동해왔다. 이들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다시 폭력적 활동을 확대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FP는 북아일랜드 무장활동 집계 보고서를 인용해 2009년 10월∼2010년 9월 이래 무장조직의 소행으로 보이는 총격과 폭탄 공격은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8년 10월∼작년 9월 반등했다고 전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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