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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환자 다녀간 광주 21세기병원 통째 격리

중앙일보 2020.02.05 00:15 종합 1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6번째 확진 환자인 40대 여성이 지난달 진료를 받은 광주시 광산구 21세기병원의 출입문이 4일 폐쇄돼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6번째 확진 환자인 40대 여성이 지난달 진료를 받은 광주시 광산구 21세기병원의 출입문이 4일 폐쇄돼 있다. [뉴시스]

태국에 여행을 다녀온 한국인 여성 A씨(42·광주시 광산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태국서 귀국한 뒤 16일 만에 확진
입원환자 80여 명 퇴원·외출 금지

태국 확진자 19명, 세계 3번째 많아
중국 위주 방역 수정·확대 불가피
질본 “태국서 감염 특정하긴 일러”
병원 통째 격리는 메르스 후 처음

국내 16번째이자 광주·전남 지역 첫 확진환자다. 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달 25일 열이 났고, 27일 광주의 21세기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같은 날 전남대병원에서 X선 촬영 등의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 여행 이력이 없는 데다 폐질환 전력이 있어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후 21세기병원을 세 차례 더 방문했고, 3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뒤 4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16번 환자가 4번 방문한 21세기병원을 통째로 격리(코호트격리)했다. 임시휴업 안내문을 붙이고 수술과 외래환자 진료를 모두 취소했다. 보건 당국의 지침이 내려질 때까지는 입원환자 80여 명은 퇴원하거나 외출할 수 없다. 의사·간호사·임상병리사 등 70여 명의 병원 의료진과 직원도 접촉자를 가려내고 있다.  
 
16번 환자 접촉자로 판명되면 기존 입원 환자 진료에서 배제되고 자가격리된다. 접촉자가 자칫 입원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 때 몇몇 병원이 통째 격리된 적이 있었고, 이번 신종 코로나에는 처음 적용한다. 보건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16번 환자는 가족 5명과 지난달 15일부터 태국 방콕·파타야를 여행한 후 19일 귀국했다. 25일 저녁부터 오한과 38.9도의 발열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았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진단시약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X선과 혈액검사를 했으나 감염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6번 환자, 폐렴 증세로 병원 여섯 번 갔는데도 몰랐다
 
공항·병원 어디에서도 가려내지 못하는 바람에 확진 판정까지 열흘간 두 병원에서 여섯 차례 진료를 받았고, 다른 곳을 다닌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를 친척 등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 남편과 자녀 3명 등 가족은 신종 코로나 유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자가격리됐다. 보건당국은 역학조사와 방역조치를 진행 중이고, 접촉자나 이동 경로 등은 추가 정보가 확인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신종 코로나’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신종 코로나’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서 국내 확진 환자는 16명으로 늘었다. 질병관리본부와 광주시·광주시 광산구청 등에 따르면 중국이 아닌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뒤 국내로 유입된 사례는 일본에서 일본 확진자와 접촉한 뒤 감염된 12번 환자(48세 중국인 남성)에 이어 A씨가 두 번째다. 태국 내 신종 코로나 환자는 4일 기준 19명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이에 따라 중국 중심인 방역망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비상사태가 수습되기까지 다중집합 행사 개최나 참가 등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기침할 때 옷소매로 가리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발열, 기침, 폐렴,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 방문 전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 또는 거주지 보건소로 신고해 안내를 당부한다”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6번 환자의 경우에는 이상한 점이 많다”며 “(감염 장소가) 태국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려우며 현지에서 누구와 어떻게 접촉했는지를 상세히 조사해 감염 경로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국제보건규약(IHR)에 따라 아세안 국가들과는 수시로 정보 교류를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태국으로부터도 접촉자와 관련해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태국 영자지 방콕포스트는 “태국 보건당국이 한국 측에 해당 여성(16번 확진자)의 구체적 검사 결과, 건강 상태, 태국에서의 방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이를 토대로 태국 내 접촉자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일 오전 10시 기준 총 607명의 조사 대상 유증상자에 대해 진단검사를 시행했으며, 이날 추가 확진된 1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16명 확진, 462명 검사 음성으로 격리해제, 129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 확진 환자들의 상태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번 확진자는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 초읽기에 들어갔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총 1318명으로 이 중 5명(3번 관련 1명, 5번 관련 1명, 6번 관련 2명, 12번 관련 1명)이 환자로 확진됐고, 3일 첫 번째 환자의 접촉자 45명이 잠복기(14일)가 지나 감시 해제됐다.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광주광역시=최경호·진창일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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