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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급망 붕괴…한 달 넘기면 한국경제 직접 충격

중앙일보 2020.02.05 00:11 종합 1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자동차 전 공장이 오는 7일 일시 중단(셧다운)된다. 4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에서 근무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자동차 전 공장이 오는 7일 일시 중단(셧다운)된다. 4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에서 근무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에서 각종 소비재·공산품·중간재 등의 생산이 감소하면 세계시장에서 그 제품은 품귀하거나, 이를 이용한 다른 나라의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신종코로나 확산, 실물경제 파장
차·전자부품 평균 재고 30일치
특정 부품은 80%가 중국서 수입
중국 의존 심한 한국 내성 약해
고부가 제품 개발 체질개선 필요

세계 최대 제조거점 선전 공장 폐쇄
중국발 공급망 위기 더 커질 우려

제조·서비스 융합 4차 산업혁명시대
한국, 한두 제품 집중전략으론 안돼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2주가 좀 넘었지만 벌써 우한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생산하는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자동차용 배선 뭉치)의 공급이 중단돼 국내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 서는 상황에 들어갔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1~2주 정도의 재고만 있었기 때문에 바로 충격을 받았다. 다른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은 평균적으로 한 달 정도의 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 타격은 없지만, 이 사태가 한 달 이상 장기화하면 전 세계 모든 산업에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세계 최대의 제조 거점인 선전과 상하이 인근인 쑤저우도 상당수의 공장을 2월 중순까지 폐쇄하기로 하면서 그 파장이 얼마나 지속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진대제 객원기자

진대제 객원기자

중국은 예년에도 춘절이 되면 농촌 출신 도시근로자(농민공) 수억 명이 고향으로 갔는데 약 20%의 근로자의 복귀가 늦어 2~3주 동안 공장 가동에 지장을 초래하곤 했다. 이번에는 그 여파가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컨베이어식 생산라인 하나에는 50~100여 명의 숙련자가 일직선으로 서거나 앉아서 일을 한다. 이 가운데 여러 명의 이탈자가 나오면 전체 생산라인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제조하는 PC나 디지털TV·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은 전 세계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각종 원자재 및 건축자재도 중국 내에서 생산되고 전 세계로 공급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중국의 질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중국제 부품과 원자재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전 세계 글로벌 공급망이 당분간 붕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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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증시가 지난 3일 열흘을 쉬고 개장한 직후 8.75%나 급락한 것도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이미 한국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우리 경제에 큰 생채기를 낸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선진국, 공장 이전해도 기술은 독점 … 코로나 위기 면역력” 
 
2002년 3분기와 4분기에 2%·1.1%를 기록했던 전 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3년 1분기에 -0.7%, 2분기 -0.2%로 주저앉았다.
 
시야를 넓게 보면 이는 전 세계 제조업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한 데 따른 문제다. 이번 사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국내에서 생산 중인 약 400만 대의 완성차에 사용하는 부품의 70%는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부품은 8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자동화가 어렵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당연히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오래전에 이전해 생산하고 있다.
전염병과 경제지표

전염병과 경제지표

한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휴대전화와 TV 등 전자제품도 비슷하다. 1000여 개의 부품이 10여 단계의 조립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완성품 조립 단계로 갈수록 모델이 다양해지고 조립 과정도 복잡해진다. 자동화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또 제품의 수명도 짧게는 몇 개월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자동화 투자를 많이 하면 수익성이 악화하고,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 결국 전자제품의 최종 완성품 조립은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80년대부터 급격히 옮겨 갔다.

 
다만 기술 집약적인 중간 제품은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해 중국에 수출했고, 지금까지 연간 400억 달러 정도의 대중국 무역흑자를 내고, 우리나라가 1인당 GDP 3만 달러를 돌파하는 기반이 됐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는 중소기업도 점차 중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중요한 건 우리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아니다. 한국의 진짜 경쟁력이나 실력치를 재평가하고 장기적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사실 앞서 언급한 국제적으로 분업화된 산업구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선진국은 주요 제조업이 인건비가 싼 후발국가로 이전하더라도, 고부가가치 부품이나 소프트웨어(SW) 및 서비스는 여전히 이들이 독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사태에 따른 충격이 한국보다 덜하다. 우리도 첨단기술을 육성하고,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가진 분야를 많이 키워야 각종 위기에 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이 반도체 제조 관련 3개의 화학제품에 대해 수출규제에 나선 것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것처럼 일본도 한국으로부터 반도체를 수입하지만, 일본은 수출규제에 들어갔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이들 3개 제품에 대한 일본의 첨단 기술력이 칼을 빼 든 배경이다. 한국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력을 강화해 일본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처럼 다른 나라가 만들지 못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주요 교역국과 상호의존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다.
 
특히 이제는 인공지능·SW의 발달로 제조업이 서비스와 융·복합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단순히 한두 개의 제품이나 부품에만 집중된 국가전략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산업구조라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처럼 특정 국가의 영향력에서 헤어날 수 없는 의존형 경제구조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서비스·SW·콘텐트 등의 경쟁력을 키워 우리나라가 기술 우위를 가진 분야에 접목한다면 한국 산업은 더 고도화하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망라해야 1인당 GDP 4만 달러를 돌파하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진대제
한국 반도체 성공신화의 산증인.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1호 국비 유학생’이다. 미 HP·IBM 등을 거친 뒤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에 취임해 노무현 정부 최장수 장관을 지냈다. 현재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회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진대제 객원기자·전 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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