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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민박·SNS 덕에 핫플로 떴다…골목길 작은집도 북적

중앙일보 2020.02.05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제주시내에서 약 25㎞ 떨어진 한림읍의 한 디저트가게 앞에 30여 명 이 줄을 서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시내에서 약 25㎞ 떨어진 한림읍의 한 디저트가게 앞에 30여 명 이 줄을 서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달 21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 제주 공항에서 서쪽으로 약 25㎞나 떨어진 시골 마을길의 자그마한 주택형 가게 앞에 30여 명이 줄지어 섰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뭇가사리 푸딩’을 사 먹으려는 관광객들이다. 이 가게 앞에서 SNS에 연관 검색어를 넣어봤더니 2만5000여 개의 사진이 나열됐다.  
 

SNS 발달로 제주 관광지도 변화
시내서 벗어나 숨은 맛집 등 인기

월정리·애월 관광객 필수코스로
동·서부 지역매출 두 배 증가

현장에서 만난 전희성(22·대구시)씨는 “SNS 검색을 통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 관광지와 맛집 등을 미리 검색해 여행 계획을 세웠다”며 “우뭇가사리 푸딩이 인기를 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본 후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SNS를 통한 맞춤형 여행 정보와 개별 관광객 증가세가 맞물리면서 제주 관광지도가 바뀌고 있다. 도심인 제주나 서귀포 시내가 아닌 제주 곳곳의 읍·면에서까지 관광객들이 지갑을 여는 추세가 확산하면서 사실상 제주섬 전체가 관광지화됐다. 2010년 이후 밀려들었던 중국 단체관광객(요우커·游客)이 급감한 자리를 국내 개별 관광객들이 새롭게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제주 관광지의 다변화는 지역별로 사용된 신용카드 사용액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제주관광공사가 2018년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의 카드소비액(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소비액이 500억원을 넘어선 읍·면·동이 2012년 5곳에서 지난해 13곳으로 급증했다. 제주 관광객이 사용한 카드를 연령·거주지역·이용지역·산업구분·매출액·이용횟수 등에 따라 분석한 자료다. 이런 결과는 제주 관광객들이 기존 주요 관광지로 꼽히던 시내에서 벗어나 섬 외곽으로 행선지를 넓혔다는 증거다. 특히 해안가 카페촌으로 명성을 얻은 월정리를 품은 제주 동부는 카드 사용액이 2012년 450억원에서 1480억원으로 228% 급증했다.
 
겨울철을 맞아 한라산을 찾은 관광객들. 최충일 기자

겨울철을 맞아 한라산을 찾은 관광객들. 최충일 기자

제주를 배경으로 제작된 인기 예능 ‘효리네 민박’의 주무대이자 최근 몇 년간 카페 등으로 입소문을 탄 제주시 서부 지역도 같은 기간 500억원에서 1580억원으로 216% 증가했다. 또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등 인지도 높은 관광지가 많은 서귀포 동부도 2018년 1790억원의 카드 매출액을 올려 2012년(890억원)보다 배 이상 늘었다. 제주 시내와 서귀포 시내 등 주로 도심에서 먹고 잔 뒤 인근 관광지를 찾던 기존 제주 관광의 틀이 바뀐 것이다.
 
카드를 사용한 업종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등이 매출액 분석을 시작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음식업은 2.7배, 숙박업은 2.5배 늘어났다. 기존 단체관광객 위주에서 개별 관광객이 급증함에 따라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나 식도락 같은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
 
변화된 관광객들의 씀씀이는 실제 제주 관광지도까지도 바꾸고 있다. 제주도가 2000년대 초반 만든 관광지도에는 현재 사라진 목석원이나 영화박물관 등이 빼곡히 표시돼 있다. 반면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월정리나 한담해안 등은 전혀 표시돼 있지 않아 대조된다. 현재 제주관광협회 측은 먹거리와 즐길거리 등을 세세하게 설명한 최신 지도를 제주공항과 항만 등에 있는 제주관광안내소에 비치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SNS나 지역을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보고 온 개별관광이 새로운 제주 관광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섬 전역으로 관광객이 퍼져나감에 따라 돈의 흐름 또한 농어촌으로 분산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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