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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홍대 없고 건대엔 남았다…유커 동선 따라 '마스크 품귀'

중앙일보 2020.02.04 16:01

“중국은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서 한 달 정도 쓸 마스크를 한국에서 사 갈 계획이다” (중국인 관광객 리우엔징)

4일 중국인 관광객 B가 합정역 근처에서 산 유아용 마스크 15개. 함민정 기자.

4일 중국인 관광객 B가 합정역 근처에서 산 유아용 마스크 15개. 함민정 기자.

4일 서울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중 상당수는 마스크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날 서울 시내 편의점·약국·마트 등을 방문 취재한 결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일수록 마스크가 동난 곳이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서울시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마스크 수급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마스크 '씨 마른' 홍대·합정

4일 30여종의 마스크가 모두 품절된 홈플러스 합정점. 함민정 기자

4일 30여종의 마스크가 모두 품절된 홈플러스 합정점. 함민정 기자

이날 오전 11시쯤 찾은 홈플러스 합정점의 마스크 진열대는 텅 비어 있었다. 30여종의 마스크가 걸려 있어야 할 자리에는 가격표만 붙어 있었다. 마스크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마스크 재고가 떨어진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와서 박스째로 사 가곤 한다”며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입고돼 진열대를 채우는데 들어오자마자 판매가 된다”고 했다. 그는 또 “1인당 구매 제한을 두긴 했지만 돈을 내고 사가겠다는 걸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홍대입구·합정역 인근 편의점과 약국 등 마스크를 판매하는 소매점의 상황 역시 이와 비슷했다. 서울 동교동에는 ‘마스크(MASK) SOLD OUT’이라는 종이가 문 앞에 붙은 약국과 편의점들이 눈에 띄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편의점 등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는 일이 많아 영어로 품절 공지를 붙였다고 한다. 인근 편의점에는 면 마스크 2장만 남아 있었다.
4일 홍대입구역 근처 편의점. SOLD OUT 표지가 붙어있다. 함민정 기자

4일 홍대입구역 근처 편의점. SOLD OUT 표지가 붙어있다. 함민정 기자

 

"공항 가깝고 중국인 숙소 많아"

홍대입구역 앞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중국인들이 단체로 와서 대량으로 살 테니 마스크를 싸게 팔라고 하곤 한다”며 “그게 싫어서 안 팔아도 좋으니 낱개로만 판매한다고 써 붙여 놨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은 인천공항까지 공항철도가 연결돼 있어 관광객들의 숙소가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관광을 마치고 마스크를 사서 귀국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합정역 인근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B(40)는 “오늘 약국에서 유아용 마스크 15개를 샀다. 중국에서 지금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두세 달 정도 쓸 수 있는 양을 사서 돌아갈 예정이다”며 “홍대와 합정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대부분 매장에 마스크 재고가 없더라”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마스크를 사려면 어디에 가야 하냐”고 묻기도 했다.  
 

명동·종로 약국 "마스크 다 떨어져"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과 종로 일대에서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대형 약국이 많은 종로 5가에서는 마스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대형약국의 직원은 “몇백개씩 사가는 중국인 관광객에 인근 회사에서도 대량으로 마스크를 사 가다 보니 어젯자로 마스크가 다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진열대를 아예 치워놓고 ‘마스크 없음’이라는 안내문을 써놓은 곳도 있었다.
4일 서울 종로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다 떨어졌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건 기자

4일 서울 종로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다 떨어졌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건 기자

중국 관광객 "중국 상황 한국보다 심해" 

이날 명동의 한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온 한 중국인 관광객은 마스크를 찾지 못해 그대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아내와 딸과 함께 여행 온 중국인 리전(42)은 “중국은 큰 도시에서도 이제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다”며 “한국 관광 도중 약국에 들러 어린 딸이 쓸 것까지 해서 100개 정도의 마스크를 구매했다”고 했다. 친구와 한국 여행 중인 리우엔징(23) 역시 “중국은 한국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고 사람도 많아 마스크를 구하는 게 어려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건대 일대…"품절까진 아냐"

명동·홍대 등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과 달리 일반 주택가나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엔 마스크가 많이 남아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GS25, 미니스톱, 이마트24 등 편의점에는 마스크가 가득 진열돼 있었다. 교대역 인근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마스크가 평시보다 많이 팔리긴 하지만 품귀 현상을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편의점에 마스크가 진열돼 있다. 정진호 기자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편의점에 마스크가 진열돼 있다. 정진호 기자

유동인구가 많은 건대입구역 근처에도 마스크 수급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아직 동난 상황은 아니었다. 건대입구역 앞에 위치한 편의점 마스크 진열대는 빈 곳이 없었다. 이 편의점 관계자는 “3000장을 미리 주문해놨는데 지금 300장 정도가 남았다”며 “당장 팔 정도는 있지만 추가 발주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 점포마다 상황이 매우 다르다. 특히 공항 같은 곳은 마스크가 들어오자마자 나가고 있다”며 “마스크 9개 품목은 현재 발주 수량이 제한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고 6일 두 종류의 마스크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정진호·함민정·박건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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