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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예약 100건 취소” 관광 공동화 직격탄

중앙일보 2020.02.04 00:04 종합 1면 지면보기
부천역 부근

부천역 부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 확산되면서 지역 경제를 흔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살거나 거쳐 간 지역이 특히 직격탄을 맞았다. 환자가 들른 식당·숙박·쇼핑시설 등이 문을 닫으면서 인근 거리는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인파로 북적이던 관광 명소도 관광객이 끊기면서 한적하다. 신종 코로나가 지역 자영업자들을 덮쳐 한숨을 쉬게 하는 형국이다.
 

전국 관광명소 신종코로나 쇼크
정동진 “손님 30% 뚝, 더 줄까 걱정”
군산 “주말 만명 찾는 관광지 텅텅”
부천 “역앞인데 택시손님도 없어”
패션 메카 동대문 상가도 큰 피해

“설 연휴부터 거리에도 사람 없어”
패션상가 매출 30~40% 감소

환자 다녀가 휴업한 부천 영화관
인근 카페도 “손님 한 명 안와”

 
“정동진은 일출 보러 오는 사람 많은 곳인데…, 12번째 확진자 방문으로 손님이 더 줄어들까 걱정입니다.”
 
오늘의 신종코로나( 3일 오후 11시 현재 )

오늘의 신종코로나( 3일 오후 11시 현재 )

신종 코로나 국내 12·14번째 확진 환자 가족들이 일출 명소로 유명한 강원 강릉시 정동진을 찾은 사실을 접한 지역 상인들이 쏟아내는 우려다. 정동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조모(48)씨는 “지난해와 비교해도 손님이 20~30% 줄었는데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왔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손님이 더 줄까 걱정”이라며 “현재 주변을 지나는 관광객 80% 정도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확진자가 다녀간 음식점 등은 휴업까지 해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 가족이 다녀간 곳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받지 않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3일 강릉 시내의 한 음식점은 ‘죄송합니다. 중국인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로 써놓고 중국인 관광객을 받지 않고 있었다. 이들이 묵었던 썬크루즈리조트 역시 지난 2일부터 ‘바이러스 살균 및 환경 소독을 위해 임시 휴업합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신종 코로나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인 예약은 받지 않습니다’라고 알렸다.
 
제주도는 무사증(노비자) 제도를 18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했다. 무사증제를 이용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달 30일 중국 양저우로 귀국한 뒤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이 여파로 제주도 주요 관광시설이 문을 닫는다. 확진자가 방문한 롯데면세점은 3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제주도민 안전’을 위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일시적으로 뒷전으로 밀어내는 결정을 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무사증제 임시 중단에 대해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8번째 확진자(62·여)가 나온 전북 군산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 여성은 지난달 31일 양성 판정을 받기 전 닷새간 군산 소재 병원과 음식점·목욕탕·대형마트를 다니고, 모두 72명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식에 주말마다 인파로 북적이던 경암동 철길마을과 장미동 근대역사문화공간 등 군산 대표 관광지조차 지난 주말에는 한산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목욕탕 인근 영화의 거리도 썰렁했다.
 
동대문 밤샘 쇼핑객 사라져 … “중국 원단 못구해 생산도 스톱” 
 
평소 주말이면 1만5000명 정도가 찾는 근대역사박물관 주차장은 텅 비었다.
 
철길마을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주인은 “장사가 잘되는 곳인데 손님이 뚝 끊겼다”며 “가뜩이나 현대조선소와 GM 공장 폐쇄로 지역 경제가 초토화됐는데 신종 코로나까지 악재가 겹쳐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한 교민을 수용한 충남 아산시도 지역 경기에 영향을 받고 있다. 온양에 위치한 한 온천의 경우 우한 교민 수용 장소가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으로 결정이 나면서 손님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아산시의  A호텔은 최근 객실 예약만 100건 넘게 취소됐다. 이 호텔 관계자는 “평소보다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 확진자 이동 경로(14,15번 확진자)

신종코로나 확진자 이동 경로(14,15번 확진자)

12·14번째 확진자 부부가 거주하는 경기도 부천 지역도 타격을 받은 모습이다. 3일 오전 부천역 북부광장 택시 승차장에서 만난 기사 김모(66)씨는 한숨부터 쉬었다. “평소보다 사람이 확연하게 적어요. 역 앞인데도 택시 타는 손님이 거의 없잖아요.” 확진자 부부가 들른 CGV 부천역점과 이마트 부천점은 임시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CGV 부천역점 근처 카페 직원 최모(26)씨는 “평소 출퇴근 시간대에 커피를 사 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한 명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는 패션의 메카 동대문까지 강타했다.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동대문 의류도매상가가 방문객이 반 토막 나면서 한산하다 못해 텅텅 빈 모습이다. “여기 안 보이세요? 보이는 대로예요.” 동대문 의류도매상가 ‘디오트’ 1층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여성 상인은 3일 “요즘 분위기가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인터뷰는 안 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비좁은 매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가 내부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새벽부터 정오까지 영업하는 디오트는 평소엔 새벽에 일어나지 못한 관광객이나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상가 건물을 다니는 이들은 주로 옷가지가 가득 담긴 대형 봉지를 양손에 잔뜩 쥔 소매상들과 원단 판매상들뿐이었다.
 
동대문 밤거리엔 보통 낮보다 사람이 더 많이 몰리지만 3일 새벽 밤거리 모습은 더 을씨년스러웠다. 평소 물량을 실어나르는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지나가기조차 힘든 거리와 신호가 바뀌기 무섭게 다니는 보행자들로 꽉 찼던 횡단보도는 휑했다. 디오트에서 자정부터 12시간 근무하는 주영조(28)씨는 “지난 설 연휴부터 거리나 매장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관광특구협회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 현재 동대문 상가 방문객 수는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매출액도 30~40% 감소했다.
 
이곳 도매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원단 수입이 끊겼기 때문이다. 동대문에서 도매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유모(31)씨는 “국내 원단과 중국 원단 단가가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나는데 중국 원단 수급이 안 되니까 주문이 들어와도 생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전국종합]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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