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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최전선 '선별진료소'···잠겨있거나 사람 안보였다

중앙일보 2020.02.03 17:2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선별진료소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선별진료소는 응급실 밖이나 의료기관과 별도로 분리해 설치된 진료시설로 신종 코로나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가 찾는 첫번째 장소로, 의심환자의 사전 역학조사와 진찰이 이뤄진다. 지역 사회 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는 최전선인 셈이다. 
 
2·3차 감염 환자까지 등장하며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선별진료소를 기존 288개에서 532개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 서울에 있는 선별진료소 11곳을 돌아보니 지역별 온도차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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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보건소에서 선별 진료 안 해요."

지난 2일 오후 5시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신종 코로나 안내문만 붙어있을 뿐,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선별진료소로 지은 임시텐트엔 자물쇠가 걸려있다. 진료소 천막에는 "내원 시 선별진료소 텐트 안에서 담당 부서로 연락해주세요"라고 적혀있지만 정작 입구를 막아놓은 것이다.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 대기실로 마련한 천막에도 안내문과 함께 의자만 하나 놓여있었다. 보건소로 전화를 걸었다. 근무 중인 금천보건소 관계자는 "주말엔 선별진료소에서 진료하지 않는다"며 "인근 선별진료소인 '희명병원'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이어 "주중에도 오후 6시 이후에는 진료하지 않으니 희명병원으로 가라"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4시 방문한 희명병원. 이곳에는 응급실 입구에 작은 컨테이너를 마련해 선별진료소를 가동하고 있었다. 별도 대기실은 없었다. 선별진료실 안에선 마스크와 방호복 차림의 의료진 두 명이 컴퓨터 앞에 대기 중이었다. 
 
희명병원의 선별진료소는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연다. 그 외의 시간에 방문한 환자는 응급실 의료진이 진료한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중국인 환자분이 많이 오는데, 발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여럿 있어 선별진료소에서 초진하고 보건소로 연락해 이송해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천보건소와 희명병원의 말을 종합하면, '병원은 보건소로, 보건소는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2일 오후 4시 서울 동대문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중국을 다녀오신 분만 선별진료 대상'이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2일 오후 4시 서울 동대문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중국을 다녀오신 분만 선별진료 대상'이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중국 다녀온 사람만 진료"…사람 없는 선별 진료소

 
이날 오후 4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동대문보건소. 선별진료실 앞에는 "중국에 다녀오신 분만 선별 진료 대상입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크게 붙어있었다. 일본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뒤 입국한 사람이 최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중국 여행객만 진료대상"이라는 것이다. 선별진료소 안엔 상주 인력조차 없이 '전화하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다른 선별 진료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 성북보건소 선별 진료소를 찾아가니 경비원이 "보건소 직원과 함께 와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막아섰다. 보건소 정문엔 "마스크를 쓰고 전화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서울 관악구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응급센터 옆에 선별대기소와 선별진료실이 마련돼 있다. 지난 2일 찾은 이 선별진료실엔 도어락이 설치돼 있었다. 상주 의료진이나 안내직원이 없어 이곳을 찾아온 환자는 바로 옆 응급센터에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현예 기자

보건복지부가 밝힌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서울 관악구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응급센터 옆에 선별대기소와 선별진료실이 마련돼 있다. 지난 2일 찾은 이 선별진료실엔 도어락이 설치돼 있었다. 상주 의료진이나 안내직원이 없어 이곳을 찾아온 환자는 바로 옆 응급센터에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현예 기자

같은 날 서울 관악구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응급센터 옆엔 컨테이너로 만든 선별진료소가 마련돼 있었다. 진료소 옆에 설치한 대기실엔 플래카드만 바람에 휘날렸다. 
 
접수 좌석은 마련돼 있었지만, 상주 인력은 없었다. 선별진료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컴컴한 진료소 안에는 의료장비만 구비돼 있었다. 문 앞에는 도어락이 설치돼 있었다. 응급실 입구에는 신종 코로나 발열 확인 안내문이 있었지만, 안내데스크만 있을 뿐 열을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화 안내문'조차 없는 탓에 발열 등 증상이 있는 환자는 일반 응급환자들과 보호자가 있는 응급센터를 거쳐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119 구급대 관계자는 "119에 신고가 들어가면 초기 상황 파악을 하고 바로 보건소로 인계하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선별진료소는 환자 개인이 알아서 찾아오는 경우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대기 중이다.

2일 오후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대기 중이다.

24시간 돌아가는 '정석' 진료소도

 
지역 감염 확산 상황에 대비해 24시간 대비에 만전을 기한 곳도 있었다. 텐트를 치고 순번을 정해 외근을 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3시경 찾은 서대문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엔 이준영 보건소장과 간호사, 행정직원 등 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진료실과 환자 대기실로 구분해 놓고, 진료실엔 음압시설과 난방시설을 갖춰놓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하루 20명 안팎으로 이 소장은 "지난달 20일부터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연휴도 거르고 매일 진료 텐트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보건소도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의사와 간호사, 검사 요원과 행정직원, 운전기사 등 총 5명이 진료소를 지킨다. 
 
진료소 텐트에서 1명씩 돌아가며 근무하고, 오후 6시 이후부터는 추위로 인해 보건소 건물 내부에서 진료 대기를 하고 있다. 텐트 밖에 설치한 인터폰에 달린 팻말엔 "오후 6시 이후 방문하신 분은 인터폰으로 연락해주세요, 보건소 내에서 직원이 대기 중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국내‘신종 코로나’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신종 코로나’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도 보건소 직원 두 명이 안내를 하고 있었다. 방문 당시 선별 진료소 안에서 의심환자가 "신종 코로나 증상이 있는 것 같다"며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 환자는 20여 분 상담을 받고 귀가했다. 
 
보건소에선 상담자가 귀가하자 "혹시라도 감염 가능성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며 극도로 주의를 줬다. 소독과 함께 방문객에게는 위생 장갑을 나눠주고 그 위로 소독제까지 뿌려 소독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와 일반 환자를 분리하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만드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의료진이 상주하지 못한다면 환자가 도착했을 때 이를 알릴 수 있는 인터폰 등과 같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의료진의 동선을 철저히 분리해 방호복에 묻은 환자의 가래와 침 등 분비물로 인한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진료소를 들어가는 동선과 의료진이 진료소를 들고 나가는 동선이 철저히 분리돼야 하고 환자 진료 후엔 해당 진료실을 소독하고 안전하게 만든 뒤 진료를 다시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김민중·김준영·이병준 기자 hykim@joongang.co.kr
 
술 마시고 "기침난다" …선별진료소 백태
 신종 코로나 우려로 불안한 환자들이 찾는 선별진료소에서는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의 한 보건소의 선별진료소. 한 중년 여성이 진료 도중 진료소에서 딸을 데리고 나와 주차장 한쪽으로 향했다. 이 여성이 딸 아이를 소변을 보도록 하는 사이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혹여 딸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면 소변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진료소는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또 다른 선별진료소에선 '취객'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관광지가 몰려있는 서울 종로구. 이곳은 설 연휴 이후 3~4명씩 줄을 서서 상담을 받을 정도로 사람이 몰리는 곳이었다. 
 
 "면세점 등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선별진료소를 찾는 경우가)많다"는 것이다. 종로구 보건소 관계자는 "황당한 경우도 많다"며 "술을 먹고나니 자꾸 기침이 난다며 오는 분도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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