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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질본 아닌 27세 대학생 택했다···코로나맵 '불편한 진실'

중앙일보 2020.02.03 16:21
지난 1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코로나맵'이 화제를 모으면서 제2, 제3의 코로나맵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자가 코로나맵을 처음 개발한 대학생 이동훈(27)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한 이후 "나도 코로나맵을 만들었다"며 알려온 시민들도 열 명이 넘었다. 사이트 모양은 제각각 다르지만,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들의 동선과 환자 분포를 지도에 보기 좋게 표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진단 및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선별진료소 위치까지 병기한 지도도 있다. 위치기반서비스(GPS) 기능을 활용해 현 위치 인근에 확진자들이 다녀갔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사이트 모두 확진자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동훈씨가 개발한 코로나맵은 2일까지 누적 조회수 590만회를 돌파했다. 이씨는 3일 "지도에 표기된 e메일 계정으로 들어온 제보만 30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가 "공익을 목적으로 지도를 제작한만큼 서버 비용은 사비로 부담하려고 한다"고 밝히자, "서버 비용을 후원하고 싶다"는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그는 "감사하지만 당초 지도를 제작하기로한 의도에 맞게 자비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정보를 제공하는 제2의, 제3의 코로나맵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 코로나 지도 캡처]

신종 코로나 확진자 정보를 제공하는 제2의, 제3의 코로나맵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 코로나 지도 캡처]

다양한 코로나맵이 쏟아지는 것은 그만큼 신종 코로나 정보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질병관리본부도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실시간으로 확진자 정보를 발표하고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계정에도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질본 홈페이지를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민간에서 만든 코로나맵을 찾아간다. 정부가 발표하는 정보들은 빠르기만 했지 시민들이 원하는 정보의 기준에 한참 못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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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는 국가별 신종 코로나 확진자 분포 현황을 확인하 수 있는 지도만 나와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원하는 정보는 우리 지역에 확진자가 몇명이나 있는지, 어디를 지나갔는지 여부다. 정부의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 대응도 확진자 발생 3주만에 '메르스맵'을 만들었던 지난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는 국가별 신종 코로나 확진자 분포 현황을 확인하 수 있는 지도만 나와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원하는 정보는 우리 지역에 확진자가 몇명이나 있는지, 어디를 지나갔는지 여부다. 정부의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 대응도 확진자 발생 3주만에 '메르스맵'을 만들었던 지난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질본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 관련 정보만 올리는 사이트를 따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홈페이지에서 확진자 정보를 찾으려면 한참 헤매야 한다. 홈페이지 맨위에 나와있는 '발생동향'을 눌렀더니 국내·외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만 나왔다. 각 국가별 신종 코로나 확진자 분포 현황을 표시한 지도만 나와있었다. 국민들은 국가별 확진자 수보다는 내가 사는 지역에 확진자가 있는지 여부를 더 궁금해한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현황은 '발생동향'이 아닌 '보도자료' 코너에 들어가야 나온다. 그런데 이 정보조차 지도·사진 한 장 없이 날짜별로 정리된 텍스트가 전부였다. 확진자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글 혹은 PDF 파일을 열어서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번거로운 절차를 참고 자료를 찾아볼 국민이 몇이나 될까. 질본의 전문가들이 감염병 방역에 집중하는 사이, 정부 내 누군가는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는 대국민 소통을 고민했어야 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는 사진과 같은 텍스트로 실시간 신종 코로나 확진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캡처]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는 사진과 같은 텍스트로 실시간 신종 코로나 확진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캡처]

 
코로나맵를 개발한 이동훈씨는 1년반 전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워 지도를 하루만에 만들었다고 한다. 지도를 만든 다른 개발자들도 "확진자 정보를 넣은 지도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렇게 만들기 쉬운 지도를 아직도 만들지 않았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민간이 자발적으로 '메르스맵'을 만들자 박근혜 정부도 뒤늦게 '메르스 정부 포털'을 만든 바 있다.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3주만, 메르스맵 사이트가 개설된 지 일주일만이었다. 이번 정부는 과연 며칠 만에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정보와 전달 방법을 고민해서 개선할 지 궁금하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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