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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중국 관광객 반토막" 올 한해만 7조원 증발할 판

중앙일보 2020.02.03 16:16
“지난주부터 예약 취소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못 온다니 취소 수수료마저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에어비앤비 운영 이모 씨)
 
“2년 동안 허리띠 졸라매다 이제 조금 숨통이 트였는데 또 일이 터졌다. 사실상 1분기 장사는 끝났다.”(제주 A식당 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주말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주말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 ‘제한적 입국 금지’ 카드를 꺼내면서 관광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많게는 수조 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50만2623명이다. 이 중 34.4%인 602만명이 중국인 관광객이다. 이는 2018년 479만명보다 26% 증가한 수치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시작된 한한령(限韓令ㆍ중국 내 한류 금지령)으로 2년간 부침을 겪다 지난해부터 차츰 회복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가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중국 관광객 절반으로 줄 수도" 

관광업계에 중국인 관광객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어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 경비는 평균 1342달러(2018년, 166만원)다. 국가별로는 몽골(2070달러)·중국(1887달러)·중동(1777달러) 순이다. 몽골 관광객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중국이 가장 많이 찾고, 돈도 가장 많이 쓰는 나라인 셈이다. 일본(791달러)·미국(1190달러) 등과 격차도 상당하다.
외국인 관광객 3분의 1은 중국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외국인 관광객 3분의 1은 중국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확산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업계에선 연간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결코 과한 예측이 아니다. 아직은 제한적 입국 금지지만 중국인 여행자 전체를 제한하는 ‘전면적 입국 금지’로 바뀔 수 있어서다. 전례도 있다. 2017년 중국 정부가 암묵적인 한한령을 내리자 3월부터 관광객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성수기인 7~8월에만 전년 대비 65% 이상 감소했다. 결국 연간 중국인 관광객은 807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6년의 절반 수준(417만명)으로 떨어졌다. 이 여파로 약 20조원에 달했던 관광수입은 1년 새 4조원 이상 감소했다.
 
중국인 관광객 1인이 쓰는 1887달러를 전체 입국자 규모로 환산하면 약 13조5000억원이다. 만약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6조7500억원이 증발한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35% 규모다.

돈도 많이 쓰는 중국인 관광객. 그래픽=신재민 기자

돈도 많이 쓰는 중국인 관광객. 그래픽=신재민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가 국내에서도 크게 확산한다면 1~4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202만명 줄고, 관광수입이 최대 2조9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습 기간이 길어지면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내국인의 소비 지출 감소가 맞물려 내수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스 때보다 중국인 관광객 수 10배

관광산업 자체의 위상이 커졌기 때문에 경제 전체에 주는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사스(SARS)가 유행했던 2003년과 비교하면 외국인 관광객과 관광수입 규모는 대략 3배로 늘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53만명에서 600만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고, 당장 대체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는 불가피하다”며 “수습 국면에 접어들면 3~4개월 후쯤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광 수요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해외여행은 몇 개월 전 예약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3월 내에 수습되지 않으면 하반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스 때보다 3배로 늘어난 관광수입. 그래픽=신재민 기자

사스 때보다 3배로 늘어난 관광수입. 그래픽=신재민 기자

 
정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방한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음식업이나 숙박업 등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런 분야에 대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장은 방역망을 통해 외국인에게도 안전한 나라라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각종 변수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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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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