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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링 하네스 구하기' …현대차·부품업체 "동남아서 긴급 공수"

중앙일보 2020.02.03 14:46
현대·기아차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납품하는 경신의 직원이 시뮬레이션 룸에 설치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다. [사진 경신]

현대·기아차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납품하는 경신의 직원이 시뮬레이션 룸에 설치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다. [사진 경신]

“와이어링 하네스를 구하라”
한국에서만 자동차 323만여 대(2019년 도매 기준)를 생산하는 현대·기아차가 비상사태를 맞았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차량 내 배선 뭉치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공급이 끊기면서 수일 내로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부품 업체 3사에서 전량 들여오지만, 신종코로나 발생 이후 열흘 이상 공급이 끊겼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승용차 20종의 와이어링 하네스는 오는 6일 오후 3시에 바닥난다. 당장 2~3일 내로 공급이 되지 않으면 현대·기아차 생산 라인은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 초 휴업이 불가피하다.  
 
‘셧다운’ 위기를 맞아 현대·기아차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하는 경신·유라코퍼레이션·티에이치엔(THN)은 긴급 물량 확보에 나섰다. 방법은 두 가지다. 곧바로 국내 생산 설비를 깔아 생산하는 방법과 중국 외 동남아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한국으로 돌리는 방안이다.  
 
경신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국내 생산을 시작했다. 또 캄보디아 공장 물량을 증산해 국내로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THN은 국내 설비 구축에 들어갔다. THN 관계자는 “부품 특성상 엄청난 설비가 필요하지 않다. 설비 신설보다 숙련된 인력이 더 중요한데, 이런 부분만 해결되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생산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해 당장 이번 주 수급 차질을 해결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공장 물량을 급히 돌리는 방법도 비용이 들어간다. 경신 관계자는 “비용이 올라가지만, 이 부분은 현대·기아차와 협의 중”이라며 “와이어링 3사가 해외 물량을 국내로 돌릴 경우 기존 중국산 부품의 60~70%는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차종별로 스펙이 달라 일부 차종의 경우 결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설비 신설도 비용 부담이 따르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와이어링 하니스 3사 실적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부품업체는 이런 점을 고려해 납품 단가 등 비용 문제에 대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수출상황 점검 회의’에서 신종코로나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에 대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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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일 산업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의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 현황과 대책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산업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긴급 물량을 조달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리·조달 비용 때문에 부품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했지만, 돌발 변수로 인해 공장 가동을 세울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로 부품업체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점도 위기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하언태 현대차 국내생산 담당 사장은 이날 울산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e메일을 보내 “중국에서 부품을 공급하는 일부 업체의 생산중단이 장기화하면서 (현대차도) 공장별∙라인별 휴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휴업에 들어간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한국 경제 흥망이 달린 만큼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며 “사측은 생산 재가동을 위한 장기 플랜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주·박성우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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