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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차단 조치 10일 늦었다" 출입국 관리 전문가의 쓴소리

중앙일보 2020.02.03 14:24
김도균 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해 2월 과천 법무부 청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도균 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해 2월 과천 법무부 청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 업무를 30년 이상 맡은 전직 고위 관계자가 중국 후베이(湖北)성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모든 외국인을 입국 금지한 정부 조치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을 끝으로 지난해 퇴직한 김도균(58)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은 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지난달 24일 자국 내 해외 단체 관광객 출국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는데 그때 입국자 차단 조치를 하거나 제주 무사증 입국을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자발적으로 자국민 출국을 막았기 때문에 외교적 마찰도 적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최초 발생한 후베이성을 14일 이내에 방문하거나 체류한 모든 외국인에 대해 4일 오전 0시부터 한국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른 무사증 입국 제도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목동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목동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이사장은 후베이성을 14일 이내에 다녀간 외국인 입국을 중단시킨 조치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여권에 출입국한 국가만 명시되고, 해당 국가 내부에서 이동한 경로는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중국 내부에서 국내선을 이용해 베이징과 후베이성을 오갔다면 한국의 출입국관리 직원이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미국도 각 나라 사정에 맞게 입국 중단 조치를 취하는데 한국은 뒤늦게 대응하고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북한은 육로로 국경을 접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봉쇄했고, 미국도 12시간 가까이 걸리는 비행기 시간을 감안해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한국이 입국 금지 조치를 이제야 시행한 건 한발 늦은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은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전역 중 한 곳이라도 여행한 적이 있는 미국인의 경우 지정한 8개 공항을 통해서만 입국하도록 했다. 또한 항공사들은 모든 승객에게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본토를 방문한 적이 있는지 물어봐야 하고, 필요할 경우 여권을 조사할 수 있게 했다. 
 
김 이사장은 그러면서 중국 출입국·검역 당국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오는 모든 항공기를 갑자기 막는다면 국내 일자리가 사라질 정도로 한국과 중국은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요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1988년 출입국관리직으로 법무부에 입사한 김 이사장은 주 칭다오(靑島)총영사관 영사와 법무부 이민정보과장 등을 지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 당시 예멘 난민 문제를 담당했다. 제주에서 태어난 예멘 아기에게 ‘제주’의 첫 글자 제(濟)자를 따 ‘제민(濟民)’이라는 한자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국가별 우한지역 자국민 철수 상황[연합뉴스]

국가별 우한지역 자국민 철수 상황[연합뉴스]

 
다만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는 한국의 뒤늦은 입국 금지 조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김하중 주중 한국 대사가 가장 늦게까지 남아 중국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땄다”며 “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 협력 국가인 만큼 어려울 때 도와줄수록 두터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소 청운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미국이 비행기 탑승객 전원에 중국 방문 여부를 확인하는 선제 조치를 취하는 건 중국과 서로 무역 경쟁을 벌이는 분위기도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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