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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한 공기업 비정규직, 절반이 자회사로 갔다

중앙일보 2020.02.03 12:00
현대기아자동차, 한국도로공사, 한국지엠 등이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대해 직접고용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판결 이행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현대기아자동차, 한국도로공사, 한국지엠 등이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대해 직접고용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판결 이행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까지 정규직 전환이 끝난 공기업 등 공공기관 소속 비정규직의 절반가량이 본사가 아닌 자회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 6개월간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추진한 결과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자회사 행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치 채우기 식 성과 달성에 급급한 정책이 오히려 현장 내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기업 등 공공기관은 지난해 말까지 비정규직 8만5786명 중 47.1%(4만397명)를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52.2%는 본사가 직접 채용했고 0.7%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제3 섹터로 이동했다. 절반 이상이 본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비정규직 또한 자회사로 소속이 바뀌었다. 이들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한국철도공사 등과 같은 정부 출자 법인을 의미한다. 공기업으로서 공공성과 함께 경영 효율성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정규직 전환자의 본사 직접 고용을 꺼려하는 곳이 나타난 것이다. 
 

정부 "계획인원 84.9% 정규직 전환 성과" 강조 

정부는 이들 공기업에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교육기관 등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을 모두 더하면 17만3943명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올해 말까지 계획한 인원(20만5000명)의 84.9%까지 전환 성과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그러나 비정규직이 자회사로 소속을 옮기는 바람에 '무늬만' 정규직이 됐다고 지적한다.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과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등이 자회사 채용 방식에 불만을 제기해 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들이 매월 20만원 이상의 임금 인상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이 본사 정규직과 기본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본사와 자회사 간 의복비·명절상여금 등 복지 혜택까지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등은 이 같은 차별이 해소되지 않으면 파업 등 노동쟁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방식별 전환완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방식별 전환완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자회사 전환' 불만…현장선 노사 갈등 커져 

정부의 '성과 맞추기'식 정규직 전환은 공공기관 내 노사 갈등을 더욱 키웠다. 지난해 노사분규가 발생한 141개 사업장 중 종업원 1000명 이상 사업장(46개)이 한 해 전보다 76.9% 증가한 것도 이 같은 정책 효과가 한몫했다. 현대자동차 등 대형 사업장이 파업하지 않아 근로손실 일수는 줄었지만, 대형 사업장에서의 노사 분규는 더 잦아진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2018년 12월 만든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 모델안'을 집행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안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자회사를 설립할 때 본사가 100% 지분을 출자하는 원칙을 세우도록 했다. 또 자회사에 대한 지속적인 수의계약을 보장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으로 정규직 전환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조치도 권고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정규직이 된 사람도 시장임금 등 적정 임금을 반영해 불합리하게 낮은 임금을 적용받지는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 채용 확대…결국 국민 부담 키워" 

전문가들은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조치와 함께 정부 정책에 의한 채용 확대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매출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으로 적자가 쌓이면 이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거나 수년 뒤부터 신입사원 채용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공공기관의 인력 수급은 공기업 내 인력 필요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의해 이뤄지다 보니 경영 효율성에 손상이 커지고 있다"며 "공기업이라 주식가격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상장기업이었다면 기업가치가 뚝 떨어질 만한 일을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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