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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바람 쐬겠다"···80대 치매 노모 지구대 놔두고 사라진 딸

중앙일보 2020.02.03 10:37
[뉴스1]

[뉴스1]

대구의 한 경찰 지구대에 치매 걸린 80대 노모를 데려다 놓고 사라진 딸을 경찰이 찾고 있다.  
 

30일 새벽 노모 데리고 지구대 찾은 딸
“바람 좀 쐬고 오겠다” 떠나 안 돌아와

3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1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한 경찰 지구대로 모녀가 찾아왔다. A씨(80)는 큰딸 B씨(57)의 부축을 받으면서 지구대로 들어왔다. 딸이 어머니를 데리고 지구대를 찾은 건 ‘어머니 문제로 상담하러 왔다’는 이유였다.
 
지구대 안에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B씨는 10여분 뒤 갑자기 “바람을 좀 쐬고 오겠다”며 지구대를 떠났다. 그러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구대에 남겨진 A씨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경찰관들에게도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에게 가족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그마저도 대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지인의 전화번호를 찾아내 연락을 취했다. 지인을 통해 A씨에게 두 딸과 아들 하나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경찰은 B씨가 A씨의 큰딸일 것으로 추정하고 B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B씨의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수차례 눌러봤지만,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사실상 지구대에 ‘버려진’ 팔순 노모는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구대에서 하룻밤을 지새워야 했다. 
 
밤을 지새운 후 지구대를 찾아온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이 파악한 결과 A씨는 경북 영천이 거주지로 돼 있었다. 실거주지가 영천일 경우 대구의 노인전문보호기관에는 입소하기 어렵다. 게다가 4대 중증질환자와 치매 환자는 입소가 제한돼 있다.
 
결국 A씨는 경북의 한 노인전문보호기관으로 옮겨졌다. 자신의 어머니를 내버려 두고 사라진 B씨는 현재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경찰도 난감한 상황이다. B씨가 자신의 어머니를 ‘유기’했다고 판단하기 모호한 점이 있어 수사에 바로 나서기가 어려워서다.
 
대구 수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B씨의 인적 사항은 파악하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B씨에게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수사에 나설지를 검토 중”이라며 “A씨의 치매 증상이 너무 심한 상태인 데다 거주지가 경북 영천이기 때문에 조사를 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의 경우처럼 노인이나 치매 환자가 가족에게 버려지는 경우는 증가 추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6년간 60대 이상 유기범죄는 총 79건으로 조사됐다. 2013년에는 9명, 2014년 11명, 2015년 12명, 2016년 11명, 2017년 13명으로 10명 수준을 이어오다 2018년 23명으로 증가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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