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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361명, 사스도 추월···골든타임 놓친 中 최악 가고있다

중앙일보 2020.02.03 08:57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사망자가 역대 하루 최고인 57명을 기록하며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희생자를 훌쩍 뛰어넘었다. 하루에 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건 처음이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사망자가 계속 급증하는 등 상황은 자꾸 나빠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사망자가 계속 급증하는 등 상황은 자꾸 나빠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일 발표에서 2일 하루에만 5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1월 31일의 46명보다 11명이나 많다. 이로써 전체 사망자 수는 361명이 됐다. 사스 발생 당시 사망자 348명보다 무려 13명이 더 많은 수치다. 

2일 하루 역대 가장 많은 57명 희생자 나와
확진 환자도 이제까지 가장 많은 2829 명 증가
중국 실패는 후베이성 황강시 보면 답 나와
처음엔 환자 검사권한을 성정부에서 못받아
권한 받은 뒤엔 검사할 시약이 없어 못해
시약 공급받은 뒤엔 검사할 전문 인력 부족
검사결과를 성정부에 보내느라 시간 낭비도

또 확진 환자는 전날보다 2829명이 증가한 1만 7205명을 기록했다. 신규 환자 증가폭도 역대 최고이며 처음으로 환자 수가 1만 7000명을 돌파했다. 이는 중국의 사스 환자 5237명에 비해 세 배 이상, 세계 전체의 사스 환자 8069명보다도 두 배 이상이나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우한의 훠선산 병동이 3일 완공돼 가동에 들어간다. [중국 환구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우한의 훠선산 병동이 3일 완공돼 가동에 들어간다. [중국 환구망 캡처]

문제는 사망으로 이어지는 중증 환자가 전날보다 186명이 늘어난 2296명으로 앞으로도 신종 코로나 희생자 수는 계속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확진 환자로 연결되는 의심 환자도 2만 명을 돌파해 2만 1558명을 기록했다.
중국 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상황은 왜 자꾸 나빠지는 걸까.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기게 됐는지를 우한(武漢)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는 황강(黃岡)의 경우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절 연휴가 끝나며 많은 인파 이동이 예상돼 중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절 연휴가 끝나며 많은 인파 이동이 예상돼 중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신화망 캡처]

황강은 인구 750만으로 우한 동쪽에 위치한 후베이성의 2대 도시다. 2일 자정 현재 확진 환자가 1246명을 기록해 우한을 제외하고선 중국 지역 중 처음으로 환자 수가 1000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3일 오전 현재 17명으로 우한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충격을 받은 황강은 1일부터 사상 초유의 시민 외출 금지에 들어갔다. 한 가구마다 이틀에 한 번씩 한 사람만이 바깥으로 나와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다. 상주인구 900만이 넘는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도 2일부터 황강 모델을 따라 외출 금지를 선포했다.  
황강 상황은 왜 이렇게 악화했나. 여론이 빗발치자 지난달 31일 밤 황강시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강일보(黃岡日報) 기자가 물었다. “도대체 원인이 뭔가. 언제까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건가”.  
중국 후베이성 황강의 천사오민 부시장은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 검사 시약 부재와 인력 부족 등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후베이성 황강의 천사오민 부시장은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 검사 시약 부재와 인력 부족 등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황강시 부시장 천사오민(陳少敏)이 답변에 나섰다. 그는 주관적인 원인과 객관적인 원인 두 가지가 있다며 우선 주관적인 원인으론 신종 코로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준비가 미흡했던 점이라고 말했다.
객관적 요인으론 우한과 지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점 등 몇 가지를 설명했는데 요체는 ‘우한 폭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우한이 봉쇄되기 전 빠져나온 500만 명 중 14%에 해당하는 70만 명이 황강으로 오는 바람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요한 건 천 부시장이 또 다른 객관적 요인으로 거론한 검사 능력 부족이다. 이를 잘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고 자랑하는 중국 사회의 치부가 관료주의 병폐와 함께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추리신 중국 후베이성 황강시 시장은 당분간 황강의 환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추리신 중국 후베이성 황강시 시장은 당분간 황강의 환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천 부시장은 1월 19일 이전엔 황강시 자체가 신종 코로나에 대해 검사할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얼마 전 우한의 저우셴왕(周先旺) 시장이 “우리는 권한을 얻어야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한 말을 연상시킨다.
상급 단위의 통제 때문에 검사도 제때 못하고 정보 공개도 적시에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권한을 부여받은 다음엔 또 어떤 문제가 있었나. 천 부시장은 성(省)정부에서황강시에 검사 권한을 부여했으나 이번엔 신종 코로나를 검사할 시약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전쟁에서 희망의 끈을 찾기 위해 필사적인 중국 당국은 최근 퇴원하는 사람이 사망자 수를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그래프를 제시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전쟁에서 희망의 끈을 찾기 위해 필사적인 중국 당국은 최근 퇴원하는 사람이 사망자 수를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그래프를 제시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이 때문에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검사 시약 부재로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는 우한의 초기 경우와도 일치한다. 환자는 밀려들고 있는데 하루에 200명에 대해서만 검사할 시약밖에 없었다고 저우셴왕우한 시장은 밝힌 바 있다.
황강의 경우 시약이 공급된 뒤엔 또 무슨 어려움이 생겼나. 검사를 진행할 전문 인력이 부족해 적시에 의심 환자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황강에서 검사한 결과를 다시 성정부에 보내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느라 시간을 많이 뺏겼다.
비상시에 대한 준비도 미흡했고 상급 단위에 철저하게 예속된 경직된 행정 절차로 인해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친 이다. 그 사이 증상도 없는 상태에서 사람 간 감염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는 마음껏 활개를 치며 중국 전역으로 전파되고 말았다.  
신종 코로나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중국 우한에 긴급하게 지어진 훠선산 병동의 내부 모습. [중국 환구망 캡처]

신종 코로나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중국 우한에 긴급하게 지어진 훠선산 병동의 내부 모습. [중국 환구망 캡처]

따라서 황강은 뒤늦게 검사능력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의심 환자를 상대로 정확한 검사를 시행하다 보니 최근 며칠 사이 확진 환자 수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추리신(邱麗新) 황강시 시장도 1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점을 인정했다.
그는 “현재 약 1000여 명의 의심 환자가 있는데 아마도 이 중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강의 신종 코로나 환자 수가 당분간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황강 케이스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 따져보면 걱정은 깊어진다. 2일 자정 현재 중국의 의심 환자 수는 2만 명을 넘는다. 이중 상당수가 확진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9일부터 의심 환자가 5일 연속 매일 4000명을 넘고 있기에 우려는 더 커진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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