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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서 신종코로나 옮길라, '문지방 출퇴근' 지시한 제약회사

중앙일보 2020.02.03 06: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에 '임시 휴업'한 서울역 편의점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에 '임시 휴업'한 서울역 편의점 [연합뉴스]

서울 구로구 내 한 식품회사에 다니는 김모(43)씨는 요즘 출퇴근 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진 환자가 눈에 띄게 늘면서다. 이씨 집은 서울 은평구다.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정차역만 15개다. 2번 환승하는데 사람이 워낙 많아 ‘지옥철(地獄鐵)’로 불리는 신도림역도 포함돼 있다. 
 
김씨는 “미취학 딸이 있다 보니 혹시나 감염될까 봐 너무 불안하다”며 “건넌방 문지방만 넘으면 되는 재택근무를 하고 싶지만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 둔 직장인 특히 불안  

신종코로나가 국내에서도 확산 추세를 보이면서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2~3차 감염까지 확인한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접촉할 수 있어서다. 2일 현재 15명 확진자에 접촉자까지 합하면 동선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동시간이 길거나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직장인일수록 더욱 불안한 이유다.  
 
이런 사정에 요즘 직장인들은 동료끼리 재택근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희망하는 눈치다. 경기도 수원의 한 출판업계 일하는 박모(39)씨는 “좁은 사무실에 칸막이도 없는 책상에서 5명의 팀원이 머리를 맞대고 일한다. 같은 층에는 30여명의 직원이 있다”며 “한명이라도 유증상자가 나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커뮤니티엔 '재택근무' 바람 올라와 

회원 수 9만8000명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28일 “이런 때는 재택근무가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올라오기도 했다. 보건당국이 코로나의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경계’로 한 단계 올린 이튿날이다. 비슷한 시기 홍콩 정부가 17만명의 공무원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한 데 이어 민간 기업에도 비슷한 조처를 권고했다는 외신이 국내에 전해지기도 했다.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인 2015년 6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메르스 두려워 재택근무하겠다는 직원' 제목의 글에 "무급휴가 하게 해야"라는 취지의 부정적 댓글이 달렸지만, 현재까지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찾기가 쉽지 않다.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KBL 전주KCC와 서울SK의 경기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에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KBL 전주KCC와 서울SK의 경기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에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국내 제약사, 최근 재택근무 도입 

실제 국내에서도 지난달 30일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한 업체가 있다고 한다. A제약회사다. 이 회사는 최근 공지한 업무 가이드라인을 통해 영유아 자녀가 있는 임직원이나 임산부 직원의 참여를 강조했다. 내근직뿐만 아니라 영업직도 병원 방문을 금지했다. B기업 솔루션 회사는 이런 흐름에 맞춰 4월 말까지 재택·원격근무 환경 시스템을 무료로 기업 등에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정부는 감염병 확산 속에서 기업의 대응을 담은 ‘업무지속계획’ 매뉴얼을 배부했다. 매뉴얼을 보면, 직원 간 감염병 전파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인과의 접촉을 가능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택근무와 탄력근무 권장도 담았다. 또 다음 근무 교대조가 오기 전 이전 근무조가 떠나는 ‘흔적교대 근무’(ghost shift change)도 소개했다. 
2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에서 열리고 있는 산천어축제장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차단을 위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이날 축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열 감지 측정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에서 열리고 있는 산천어축제장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차단을 위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이날 축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열 감지 측정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재택근무 여전히 딴 나라 이야기" 

하지만 상당수 직장인 입장에서 재택근무는 여전히 딴 나라 이야기다. 또 다른 직장인은 “근로시간을 체크하기 쉽고 아무래도 대면보고를 선호하다 보니 재택근무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연차를 쓰기도 눈치 보인다. 이참에 노동계에서도 감염병 발병에 따른 촘촘한 대응방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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