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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무사증제’ 첫 중단…관광 유치보다 도민 안전 택했다

중앙일보 2020.02.03 05:00
외국 관광객 유입을 목표로 도입한 제주도 무사증(노비자) 제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방역망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18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됐다. 외국인 범죄와 무더기 난민 등 논란에도 명맥을 유지했던 무사증제였지만, 신종 코로나 후폭풍은 피하지 못했다. '제주도민 안전'을 위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일시적으로 뒷전에 밀어낸 고육책이다.

1월 21~25일 제주 관광 중국인 코로나 확진
시내버스 이용해 관광…제주도민 안전 우려
"무사증제 98% 중국인" 관광업계 불똥 튈 듯

제주 중국인 마스크. 최충일 기자

제주 중국인 마스크. 최충일 기자

 

무사증제 입국 중국인 관광객 신종 코로나 확진

 
정세균 국무총리는 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 대응 확대 회의를 열고 "제주특별자치도와의 협의로 제주특별법에 따른 무사증 입국제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A씨가 같은 달 30일 중국 양저우로 귀국한 뒤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A씨는 무사증제를 이용해 제주도로 왔다. 무사증제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2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국적의 외국인은 비자 없이 한 달간 제주도에서 체류할 수 있다.
 
제주 중국인 마스크. 최충일 기자

제주 중국인 마스크. 최충일 기자

A씨, 제주도 이곳저곳 관광…시내버스도 이용

 
A씨는 제주도 곳곳을 누볐다. 지난 1월 21일 마지막 비행기를 이용해 도착한 뒤 제주시 연동 소재 플로라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튿날인 22일에는 중국인 10여 명과 승합차를 이용해 에코랜드, 산굼부리, 우도, 성산일출봉, 신라면세점 인근 음식점 등을 들렀다.
 
1월 23일은 오전부터 도보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서 쇼핑한 뒤 인근 치킨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후 시내버스를 이용해 칠성통을 찾았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1월 24일은 1100고지와 무지개도로, 도두 해안도로를 찾았고 도두해안도로 인근 카페와 숙소 인근 음식점에서 식사했다. 누웨마루거리도 산책했다. 1월 25일은 숙소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국제공항으로 이동해 양저우로 돌아갔다.
제주 중국인 마스크. 최충일 기자

제주 중국인 마스크. 최충일 기자

 

제주도민 불안 이어 관광지도 휴업

 
제주도는 2일 "기준 발열 등 신종 코로나 유증상자 12명에 대한 진단 결과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고 추가 유증상자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가 제주도 곳곳을 관광하고 제주도민들도 이용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여파로 제주도 주요 관광시설이 문을 닫는다. A씨가 찾았던 롯데면세점은 신종 코로나 확진자 방문이 확인된 2일 오후부터 고객 입점을 차단하고 3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A씨 주요 동선에 포함된 신라면세점도 2일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원희룡 "무사증제 중단,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결정"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일 정부의 무사증제 임시 중단에 대해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달 29일과 2일 무사증 제도 임시 중단을 정부에 건의했다.
 
제주도 무사증제는 중국 관광객 증가에 한몫했다. 2012년 중국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한 뒤 2016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금한령으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100만명을 기록했다. 원 지사도 "무사증제로 제주도로 오는 외국인 중 98%가 중국인"이라고 말할 정도다.
 

제주 관광업계 "부작용 줄일 대안 찾아야" 

 
익명을 요구한 한 제주도 관광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무사증제는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사증제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16년 중국인 관광객 첸궈레이(50)가 제주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이유 없이 살해한 '제주 성당 살인사건'과 지난 2018년 예멘인 500여 명이 무더기 난민 신청을 했을 때도 불거졌었다.
 
이 관계자는 "이번처럼 부작용이 분명하게 나타나면 유연하게 일정 기간은 임시 중단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제주도처럼 관광을 주산업으로 하는 국가들이 무사증제를 이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만큼 전면적인 폐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최충일·진창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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