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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신종코로나 버티기…"美서 만들면 100만원 오른다"

중앙일보 2020.02.03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지난달 29일 상하이의 애플스토어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지난달 29일 상하이의 애플스토어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애플 제품을 모두 미국에서 제조토록 하겠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아이폰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에 폈던 이런 주장이 새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틈날 때마다 애플에 아이폰의 미국 생산을 종용해왔다. 중국과 무역전쟁 와중엔 중국산 아이폰에 고율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압박 카드까지 거론했다. 
 
애플은 손사래를 친다. 이번 사태는 일시적이고, 앞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인도 등 대체 생산지 확충에 나서겠다는 입장일 뿐 ‘미국 유턴’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트럼프가 올해 11월 대선에서 재선할 경우 애플이 마냥 버티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가 인기 관리를 위해 상징성이 높은 애플의 미국 생산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종조립만 하면 50달러 상승

그렇다면 실제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가격은 얼마로 뛸까? 트럼프의 독설로 ‘아이폰 미국생산’ 이슈가 가장 핫했던 2016년 미 과학기술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TR)는 단계별 시나리오에 따라 아이폰 가격을 추정했다.  
 
우선 최종 조립만 미국에서 할 경우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판매가는 50달러(약 6만원)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6년 당시 아이폰 조립공장은 중국에 6곳, 브라질에 1곳이 있었다. 이들 공장의 조립 비용은 4~10달러 수준, 그런데 미국에서 만들면 30~40달러로 뛴다. 제이슨 데드릭 시라큐스대 교수는 이런 조립 비용 상승에 따른 판매가격 상승률을 5% 정도로 내다봤다. 결국 최종 50달러 안팎의 판매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부품까지 조달하면 100달러 상승  

미국에서 아이폰 부품까지 생산할 경우 가격 상승 폭은 최종 조립 때보다 배가 뛴 100달러(약 12만원)로 추산됐다. 
   
2016년 시점 애플은 28개국 766개 업체에서 아이폰 부품을 공급받았다. 그중 346개사는 중국 기업이다. 이어 일본기업이 126개사, 미국은 69개사에 그쳤다. 거꾸로 말해 중국에서 제조하는 것이 그만큼 합리적이란 얘기다. 만약 부품을 미국에서 조달하기 위해 인프라를 개선하거나 설비투자를 진행한다면 부품 조달비는 대당 30~40달러 정도 올라간다.
 
부품가와 조립 비용을 더한 아이폰의 제조원가는 일반적으로 시장가격의 3분의 1 정도다.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IT 애널리스트인 팀 바자리에 따르면 2018년 발매한 아이폰 XS맥스의 판매가는 1100달러인데, 미국산으로 부품을 대체하면 제조원가가 600달러 상승한다. 급기야 최종 판매가는 200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2배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잡스가 오바마에 한 대답은…

애플의 ‘미국 유턴’을 바란 건 트럼프뿐만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스티븐 잡스가 나눴다는 대화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신문에 따르면 두 사람이 가진 프라이빗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잡스에게 “왜 애플은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 수 없냐, 미국으로 되돌아올 순 없냐”고 물었다. 잡스는 “그런 제조업은 이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10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본사에서 신형 모델인 아이폰11을 소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9월 10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본사에서 신형 모델인 아이폰11을 소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런 제조업’은 뭘까. 잡스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은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NBC 나이틀리뉴스에 출연해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쿡은 “원래 애플 제품 대부분은 미국산이었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수십년간 제조 기술은 미국을 떠나버렸다”고 답했다. 현재 그런 제조 기술을 가진 나라가 중국이란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한때 쿡은 “싸기 때문에 중국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이 높고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할 수 있는 공장이 많기 때문에 중국을 선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거친 압박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산 아이폰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이유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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