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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의 한반도평화워치] 중·일에 뒤진 한국 독자 GPS, 안보·생존 위해 서둘러야

중앙일보 2020.02.03 00:20 종합 24면 지면보기

시간 앞당겨야 하는 우주 개발

한반도평화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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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후손을 위해 시간을 앞당겨 준비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우주 개발이다. 동북아시아에서 항공모함 경쟁이 불붙어 있듯, 한국과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은 모두 자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구축돼 있거나 조만간 구축된다.
 

중국·일본은 2018년부터 자체 GPS 운영하는데
한국은 2034년 구축 목표이나 늦춰질 가능성 커
대통령이 직접 팔 걷어붙이고 챙겨야 시간 단축돼
우주 선진국 발돋움해야 미래 생존 보장할 수 있어

인공위성은 고도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 고도 3만6000㎞에 위치한 정지궤도 위성은 기상 관측이나 통신, 미사일 탐지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고도 400~600㎞에는 군사용으로 상대국을 들여다보는 첩보 위성과 산불·쓰나미 등 자연재해를 관측하는 지구관측 위성이 포진한다. 고도 2만㎞에 GPS 위성들이 자리 잡는다. 지구 상공에는 약 5000개의 인공위성이 돌고 있다.
 
GPS 위성은 군함이나 전투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발사되는 미사일을 정확히 유도해낸다. 한국 공군이 자랑하는 독일제 타우러스 공대지미사일이 유사시 평양의 김정은 집무실을 타격하려면 미국 GPS 위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스마트폰이나 차량 내비게이션도 GPS 위성의 도움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자율주행차가 아무런 사고 없이 주행하려면 한국이 7개의 GPS 위성을 만들어 미국 GPS들과 연동해 오차 범위를 ㎝급으로 줄여야 한다.
 
1978년 첫 GPS 위성을 발사한 미국은 총 24기의 인공위성으로 전 지구를 포괄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8년에 24기로 독자적 GPS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국도 베이더우(北斗)라는 이름으로 2018년 12월부터 35기의 위성을 운영하며 전 세계를 커버한다. 일본은 미국 GPS와 협동하면서 2018년부터 준 천정 위성시스템이라는 자체 GPS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미국과 우주 협력하며 동맹 과시
 
한국도 독자적 GPS 구축 계획을 갖고 있다. 2034년 구축 목표인데 2040년은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GPS 경쟁에 있어 주변국들에 비해 가장 뒤떨어져 있어 절실하게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니 7개의 GPS 위성으로 협력하면 국가 안보나 생존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
 
7개의 GPS 위성으로 미국과 연동하여 6㎝의 오차 범위에서 무인 트랙터로 밭을 경작하겠다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우리가 왜 7개의 GPS 위성으로 미국과 연동해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하는가를 알 수 있다. 일본은 미치비키(みちびき·길잡이)라는 준 천정 위성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숫자 8자 형태로 일본과 호주 상공을 선회하는데, 항상 1기는 일본열도 상공에 있도록 해 고층 빌딩이나 깊은 산속에서도 휴대폰이 잘 터지도록 대비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기밀 훈련을 하며 동맹 관계를 과시하고 서로의 위성이 고장 나도 즉시 보충해 줄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외무성·내각부·내각위성정보센터·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등에서 온 관계자들은 2018년 10월 9~19일 미국 앨라배마주 맥스웰 공군기지에서 일본 인공위성 등이 우주 공간에서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 측과 어떻게 서로 방어하고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우주 기밀 훈련을 했다. 일본은 태평양에서 인도양 동쪽까지를 담당하는 미국 정찰위성과 통신위성이 러시아나 중국의 공격이나 전파 방해를 받아 GPS 시스템 전체가 마비돼 군사 작전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 미국 우방국인 일본 GPS 시스템이 그 공백을 메워 침략국을 물리치는 훈련을 했다. 일본 인공위성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는 미국이 똑같이 돕게 된다.
 
미국은 2023년 발사될 일본의 GPS 위성에 미 국방부가 운용하는 우주감시 센서를 탑재하기로 합의했다. 미·일 동맹 관계가 우주 분야까지 확대돼 군사 일체화가 진행되며 한·미 동맹과는 차원이 다른 군사 동맹으로 일본의 국가 안보가 보장받고 있다. 한국도 자체 GPS가 있어야 적어도 미국의 우주 연합 훈련 파트너가 되고 동맹 관계가 심화할 수 있다.
  
우주 기술은 캔·에어백 제조 이끌어
 
미국과 일본이 우주 분야 협력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중국·러시아의 킬러 위성(killer satellite) 개발로 상호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적국 인공위성 근처에서 자폭해 금속 파편을 흩뿌리는 킬러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또 중국은 지상에서 로켓을 발사해 상대방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한 데 이어 로봇팔을 탑재한 킬러 위성을 개발해 실용화에 나설 태세다.
 
한국은 2034년까지 자체 GPS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해 이미 20년 정도 격차가 벌어져 있어, 지금 당장 서둘러도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정부 당국이 무관심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질까 우려된다.
 
한국은 2021년 2월과 10월 자체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다. 발사가 성공해도 한국과 지정학적으로 관련된 국가들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를 만회하려면 미국·중국 등 우주 선진국들이 그랬듯 대통령이 진두지휘해야 그나마 시간을 앞당기고 우주 국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조선 중기 임진왜란 때 조총도 없이 창과 활로 막다가 국토가 일본군에 짓밟히고 선조는 주치의 허준을 대동하고 의주로 피난해 버렸다. 그 뒤에 남겨진 백성이 겪은 혹독한 시련은 미래를 대비해 우주 시대를 준비해야 후손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교훈을 던진다. 우리는 왜 미래를 더욱 빨리 준비하지 않고 자꾸만 과거의 고난만 얘기하는가? 고난을 겪지 않게 국가 경영을 해야 한다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우주는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다.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마시고 나서 찌그려 뜨려 버릴 수 있는 맥주나 콜라 캔은 로켓 연료통을 가볍고 얇게 만들기 위한 기술에서 나왔다. 자동차를 몰다 충돌 사고가 나면 즉각적으로 터지는 에어백 기술도 고체 로켓 점화 기술에서 파생됐다. 우주 개발 과정에서 생겨난 기술은 이미 일상생활에 들어와 있다.
  
일본은 아베가 우주 개발 진두지휘
 
우주 개발은 휴대폰 사용과 차량 내비게이션 등 우리 곁에 와 있는 기술 분야이니만큼 우주 국력을 높이고 상대국들이 손을 내밀어 서로 협력하자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후손들이 멸시당하고 살지 않는다. 우주 기술은 다른 나라들이 기술 이전을 꺼린다. 우주 로켓 기술은 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해내야 한다. 동맹인 미국도 이 분야에선 우리에게 기술을 이전해 주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지금 당장 후손을 위해 갖추어야 할 기술은 로켓 기술, 인공위성 기술, 자체 GPS 인공위성 시스템, 주변국과의 우주 협력 외교다. 이 모두가 원활히 돌아가려면 대통령이 우주청과 같은 독립기구를 만들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챙겨야 한다. 과학기술부·국가정보원·환경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 등 우주 개발과 관련된 정부 업무를 한 곳에 모이게 해야 시간과 예산을 줄일 수 있다.
 
우주 개발 후발국인 일본이 미국의 우주 연합훈련 파트너로 인정할 만큼 성장한 배경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전 총리의 지도력이 바탕이 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우주개발전략본부장을 맡아 우주 개발을 이끌며 일본은 이제 우주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 있다. 2020년을 대한민국이 우주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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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우

베이더우

베이더우(北斗)

중국이 독자 개발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2018년 12월 7일 전 세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은 이 시스템을 통해 위치·방향·시간 정보를 얻어 교통과 물류·통신·무기체계 등 국가 전체의 운용에 활용하며 베이더우를 통해 수집된 정보들은 전 세계에 제공된다.
  
킬러 위성(killer satellite)
적의 인공위성을 공격하여 파괴하기 위한 군사 위성으로, 위성 공격무기(Anti-Satellite·ASAT)의 한 종류. 러시아는 1960년대부터 개발에 착수하여 실용화 단계에 있고, 미국은 75년 이후 두 종류를 개발해 85년 실험에 성공했다.중국도 킬러 위성 실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경민 한양대 특별공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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