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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후보 2위 윤석열 “총장은 중립이 생명, 후보서 빼달라”

중앙일보 2020.02.03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윤석열

윤석열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자신을 ‘대권후보 2위’로 명시한 세계일보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대해 “검찰총장은 정치를 하면 안 되니 앞으로 나를 대통령 후보군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여론조사 결과에 “정치 안 한다”
“선거 영향 줬다는 말 안 나오게
관련 수사 1월로 끊어라” 대검 지시
임종석 등 총선 뒤 본격수사 예상

2일 복수의 대검찰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총장은 최근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자신이 2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국가의 형사법집행을 총괄하는 사람을 후보군에 넣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 기능에 도움이 안 된다”며 “지속적으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에 관해 정치적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대검은 해당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에 이같이 설명하며, 앞으로 윤 총장을 대통령 후보군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를 묻는 질문에 시민들이 자의적으로 윤 총장을 지목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여론조사 업체가 제시하는 객관식 선택지에는 윤 총장을 포함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다. 한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에게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다는 게 평소 윤 총장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총장은 10.8%의 지지율을 얻었다. 32.2%를 얻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10.1%),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4.4%), 안철수 전 의원(4.3%)도 제쳤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현 정권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윤 총장을 자꾸 정치와 엮는 바람에 수사의 정당성을 의심받는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하며 “(검찰 수사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검사의 정치 중립’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7월 취임사에서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인용했다. 사석에서 대검 참모들에게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윤 총장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으로부터 과거 총선 출마를 권유받았냐’는 질문이 나오자 “맞다. 하지만 저는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도 없어 거절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윤 총장이 대검찰청 참모진에게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관련 수사를 1월 중으로 끊고,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수사하라”고 최근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및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총선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임 전 실장이 11시간동안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대체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법조계는 “본격적인 수사 전이라 수사팀의 히든카드는 총선 이후 수사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검찰청은 다음 달 10일 전국 18개 지검장 및 59개 지청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4·15 총선을 전후한 선거사범 단속 방안을 논의한다.
 
박사라·강광우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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