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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굴욕…작년 대상 받은 윤이형 “상 돌려주고 절필”

중앙일보 2020.02.03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이상문학상 저작권 관련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달 31일 절필선언한 소설가 윤이형. 그는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연합뉴스]

이상문학상 저작권 관련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달 31일 절필선언한 소설가 윤이형. 그는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연합뉴스]

이상문학상을 둘러싼 논란이 기존 수상 작가의 절필 선언으로 번졌다. 올해 수상자 발표에 앞서 우수상 수상자로 개별 통보를 받은 여러 작가가 이 상의 저작권 관련 규정에 반발하며 수상 거부 의사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지난해 대상 수상자 윤이형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창작 활동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윤 작가, 저작권 불공정 문제 거론
“활동 영구중단밖에 항의할 길 없어”
황정은 등도 SNS 통해 보이콧 동참

소설가 윤이형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라고 썼다.
 
그는 “지난해 1월 이상문학상 수상 통보를 받은 직후 저는 ‘대상 수락 및 합의서’에 서명했다. 거기에 작가는 작품의 저작권을 문학사상에 양도하고, 3년 뒤에 개인 작품집이나 단행본에 수록할 수 있지만, 표제작으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며 올해 수상자들과 같은 요구를 받았음을 밝혔다.
 
또 “저는 이런 환경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 일하지 않는 것이 제 작품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가를 그만둔다”며 “다른 작가들이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저와 같은 선택을 하는 작가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이에 소설가 황정은·권여선·조해진·구병모·장류진·천희란·정세랑·최은미·김이설·우다영, 시인 오은·권창섭 등 동료 작가들이 트위터에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를 올리는 등 보이콧 운동에 동참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윤이형의 절필 선언이 알려진 날 최은영은 블로그를 통해 “저조차도 작년에 우수상을 받았던 저의 안일함을 지난 몇 주간 돌아보며 채찍질했는데, 대상을 받으셨던 윤이형 작가님이 느꼈을 충격은 얼마나 큰 것이었을지 상상하기가 어렵다”며 “작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던 사실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꼈다. 제가 분별없이 수상에 동의하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에 올해의 수상 작가님들에게까지 피해가 갔으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상문학상과 문학사상사의 저작권 통제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난달 초 불거졌다. 소설가 김금희는 지난달 4일 트위터에 수상자가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우수상 수상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우수상 수상자로 통보받은 최은영, 그리고 이기호도 뒤따랐다. 잇단 문제 제기에 지난달 문학사상사는 1월 초로 예정했던 올해 수상작 발표를 무기한 연기하며 “‘3년 양도’ 규정을 삭제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대책을 내놓겠다”며 “올해 이상문학상의 대상 및 우수상을 재선정하는 등의 문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문학사상사는 1977년 이상문학상을 제정했고 대상 수상작 한 편과 우수상 수상작 여러 편을 묶어 1월에 작품집으로 내왔다. 역대 수상자는 이문열·이청준·최인호·신경숙·김훈·한강 등 한국 문단의 주요 작가들을 망라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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