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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판사 사표 "글쓰고 여행하며 지낼 것"

중앙일보 2020.01.31 17:59
문유석 판사·『미스 함무라비』 저자

문유석 판사·『미스 함무라비』 저자

 
"글 쓰고 여행하며 지낼 거에요" 
 
31일 문유석(51ㆍ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사직 소식이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그의 사직 소식에 다수의 동료 법조인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후 문 부장판사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문 부장판사는 별다른 일이 없다는 듯 하늘색 카디건을 입고 컴퓨터로 작업하고 있었다.
 
사직 소식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고 묻자 그는 다른 답을 하지 않고 웃어 보였다. 왜 그만두냐고 다시 물으니 “20년 이상 했으면 그만둘 때도 되었죠, 그냥 퇴직하는 겁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법연수원 26기로 1997년 서울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정책담당관, 광주지법 부장판사, 인천지법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2018년부터 중앙지법에서 근무해왔다.
 

세월호 특별법 관련 기고 뒤 '물의야기 법관'

인천지법에서 근무하던 2014년 8월 중앙일보에 쓴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는 칼럼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문 부장은 당시 세월호 사건 이후 분열된 분위기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정체되는 모습을 짚었다. 그는 글에서 “원인을 밝히는 ‘방법’에 대한 세세한 의견 차이 때문에 한 아비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며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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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뒤 양승태 대법원은 문 부장판사를 근무 태도 관찰 대상으로 분류했다. 2016년 1월에는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올랐고, 2월 정기인사에서 1지망이었던 서울행정법원이 아닌 서울동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당시 민중기 서울동부지방법원장에게 “과도할 정도로 언론에 기고ㆍ저술 활동이 많음, 특정 신문에서 연재 중인 소설(미스 함무라비)에서 마치 고등부장 판사가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전형인 것처럼 묘사해 사법부의 신뢰에 흠집이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음”이라는 인사 정보를 전달했다.
 

"변호사 개업 아냐…글 쓰고 여행하며 살 것"

드라마로도 제작된 '미스함무라비'[사진=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제공]

드라마로도 제작된 '미스함무라비'[사진=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제공]

향후 행보를 묻는 말에 문 부장판사는 “변호사 개업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2014년 『판사 유감』, 2015년 『개인주의자 선언』, 2016년 『미스 함무라비』, 2018년 『쾌락 독서』 등 법관으로 재직하며 꾸준히 책을 써온 문 부장판사는 퇴직 이후 “글을 쓰고 여행하며 지낼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아예 소설가나 작가로 전업하는 것인지 묻자 “특별한 계획을 해둔 것은 아니지만 아이템이 있으면 쓸 것”이라고 답했다.
문유석 판사의 저작 '개인주의자 선언'. [사진 문학동네]

문유석 판사의 저작 '개인주의자 선언'. [사진 문학동네]

 

동료판사, "놀랍고, 또 놀랍지도 않아"

그와 동기이자 판사 출신인 변호사는 “2년 전만 해도 평생 정년퇴직 할 때까지 법관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그만두는구나 싶어 조금 놀랍기는 하다”고 말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역시 “문 부장 사표에 놀랐다”며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더 자유롭게 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문 판사는 원래 자유로운 영혼”이라며 “미스 함무라비 드라마가 대만에서도 대박이 나서 최근 강연차 다녀온 것으로 안다”고 최근 소식을 전했다. 그는 “문 판사가 나간다면 변호사가 아니라 작가를 할 것이라 예상했다”며 “사표를 쓴 것이 놀랍지만, 또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수정ㆍ박태인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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