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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가린채… 우한교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도착, 2주 격리

중앙일보 2020.01.31 13: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피해 중국 우한(武漢)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31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31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31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전 8시 김포공항 도착뒤 버스 14대 아산 이동
교민 200명, 14일간 경찰인재개발원 격리 수용
아산 초사동 주민들 "결국 우리가 품어줘야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미니버스 14대에 나눠타고 오전 10시50분쯤 김포공항을 출발한 교민 200명은 2시간 만인 낮 12시45분 경찰 인재개발원에 도착한 뒤 14일간의 수용 생활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8씨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교민 368명 중 발열 증세를 보인 18명을 제외한 350명은 아산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각각 200명, 150명씩 분산 수용됐다.
 
교민들이 탄 일부 버스는 주민 시선을 의식한 듯 커튼으로 창문을 가린 채 마을을 통과했다. 운전기사는 하얀색 방호복을 입고 버스를 운전했다. 이날 수용된 교민들은 우한 폐렴 잠복기인 14일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할 수 있다.
 
버스가 마을 앞 사거리를 통과할 때는 주민 50여 명이 나와 지켜보기도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교민들의 수용을 반대했던 주민들은 “우리가 더 반대하면 어떻게 하나. 당장 갈 곳도 없을 텐데”라며 정부의 결정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31일 오전 8시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중국 우한 교민들이 버스를 타고 격리 장소인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8시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중국 우한 교민들이 버스를 타고 격리 장소인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들은 이날 오전 마을회관에 모여 1시간 넘게 회의한 끝에 교민들을 받아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대신 정부와 충남도에 철저한 방역 대책을 요구하고 지역 내 건의사항을 함께 전달하기로 했다. 
 
버스가 지나가는 모습을 본 한 주민은 “여기에 수용되는 교민 중에 아산 사람이 60명이나 된다는데 우리가 챙겨주지 않으면 어째”라며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교민 모두가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산시 초사2통 김재호 통장은 “더는 막을 수도 없고 다른 곳으로 보낼 수도 없다고 판단해 주민회의를 거쳐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다 같은 국민인데 결국 우리가 품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
31일 오전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입구에 중국 우한에서 송환된 교민을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31일 오전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입구에 중국 우한에서 송환된 교민을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은 일부 주민의 반발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이날 오전 6시부터 12개 중대·800여 명의 경력을 경찰인재개발원 정문과 마을 입구 등에 배치했다. 하지만 주민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로 통제 등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우한 교민의 임시 숙소로 결정된 경찰인재개발원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각각 549명, 173명을 격리 수용할 것으로 예정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30일 충북 진천에서 열린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우한 교민 722명을 전세기로 귀국시켜 격리 수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아산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마을에 임시 집무실과 회의실·숙소를 마련했다. 충남도청 공무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마을회관에 양 지사의 집무실, 상가건물 1층에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설치했다. 양승조 지사는 이르면 다음 달 3일 실·국·원장 회의를 이곳에서 열 예정이다.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 넷째)가 31일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마을인 아산시 초사2통 마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격려를 당부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 넷째)가 31일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마을인 아산시 초사2통 마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격려를 당부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양승조 충남지사는 오후 1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아산 시민 걱정과 염려는 지역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께서 이해하길 바란다”며 “지금 누구보다 힘든 것은 교민들로, 그분들이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아산=신진호·이우림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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