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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파기환송···조국 측 반색하자 檢은 "영향 없다"

중앙일보 2020.01.31 13: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대법원이 30일 '문체부 블랙리스트' 판결을 일부 파기환송하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의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측 변호인과 검찰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대법, 직권남용 판시에 檢·조국측 서로 다른해석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에게 미칠 영향을 두고 양측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변호인단은 "할만한 싸움이 됐다"고 하지만 검찰은 "전혀 영향이 없다"고 반박한다.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전이 예고되는 가운데 중앙일보가 검찰과 변호인, 전·현직 판·검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검찰의 주장 

조 전 장관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으로 지난해 12월 31일 검찰에 기소됐다.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민정수석의 권한을 남용해 유재수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의 감찰을 중단시켜 특감반원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기소 요지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검찰은 이 죄명을 근거로 30일 대법원의 직권남용 판결이 조 전 장관 재판에 미칠 영향은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이번 대법원의 판시는 직권남용의 요건 중 '의무에 없는 일'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을 뿐 조 전 장관에 적용된 '권리행사방해'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조 전 장관이 특감반원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감찰 중단)으로 기소했지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해 기소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직권남용이라도 범죄 구성의 요소가 다르다는 것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변선구 기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변선구 기자

검찰의 말대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무에 없는 일'의 성립 요건에 관해서만 문턱을 높였다. 대법관들은 '의무에 없는 일'에서 의무는 구체적 법령과 직무수행의 원칙 및 기준에 바탕을 둬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긴 어렵다"고 밝혔다. 권리행사방해 쟁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둘째 이유는 청와대 직제상 특감반원은 감찰 의무를 갖고 있기에, '의무'의 문턱을 높인 대법원 판례를 따르더라도 특감반원에겐 감찰에 관한 고유의 의무와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권리행사방해에서 특감반원의 권리를 또 하나의 의무라 해석할지라도 대법원이 높인 '의무의 문턱'엔 충분히 포섭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에는 "특감반의 감찰업무는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한다"고 나와 있다. 
 

조국측의 주장 

조 전 장관 변호인단의 생각은 검찰과 확연히 다르다. 대법원의 판례가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직권남용죄에서 '의무에 없는 일'과 '권리 행사 방해'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의무에 없는 일에서 '의무'에 문턱이 올라갔다면 '권리행사방해'에서 권리의 문턱도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인 LKB파트너스의 김종근 변호사(오른쪽)와 김강대 변호사(왼쪽)의 모습.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인 LKB파트너스의 김종근 변호사(오른쪽)와 김강대 변호사(왼쪽)의 모습. [뉴스1]

조 전 장관 변호인단은 30일 대법원 판시 중 행정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권남용죄 성립의 요건을 높인 점에 주목한다. 대법원은 "상하기관 사이,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사이에서 이루어진 행정 업무에 관해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에 없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중단 지시는 상급기관인 민정수석이 하급기관인 특감반원에게 행정업무에 관한 지시를 한 것이라 주장한다. 행정기관 내의 직권남용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례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판결과 함께 지난 9일 무죄취지로 파기환송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직권남용 판결에도 주목한다. 조 전 장관측은 "안태근 판결에서 대법원은 의무에 없는 일 중 의무가 '구체적 법령에 기반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며 "특감반원의 감찰 업무에 관한 구체적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감반원에겐 침해받을 권리가 의무가 없고 민정수석의 감찰 중단 지시는 법령 위반이 아닌 정무적 영역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블랙리스트 대법원 선고 주요 쟁점. 그래픽=신재민 기자

문체부 블랙리스트 대법원 선고 주요 쟁점. 그래픽=신재민 기자

법조계의 의견

전·현직 법조인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부장판사 출신인 도진기 변호사는 "검찰이 조 전 장관을 '권리행사방해'로 기소했기 때문에 '의무에 없는 일'에 관해 판시한 대법원 판결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조 전 장관 측 입장에선 최소 무죄라고 비빌 언덕은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조 전 장관 관련 사건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직권남용죄에서 검찰의 '입증 책임'이 늘어났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과거엔 직권만 남용하면 직권남용죄 성립에 무리가 없었지만 이젠 직권을 남용한 뒤에 벌어진 상황도 철저히 살피자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라 말했다. 
 
직권남용의 성립 요건인 '의무에 없는 일' 또는 '권리행사방해'와 관련해 그 의무가 무엇인지, 침해된 권리가 무엇인지를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현직 판사는 "조 전 장관측 변호인의 주장처럼 특감반원이 민정수석의 지시만을 따라야 하는 수동적 존재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검찰 역시도 특감반원이 침해받은 권리에 대해 구체적 법령과 기준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박사라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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