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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보드 충전하고 화학사 산다···탈석유 출구 찾는 ‘정유 4사4색’

중앙일보 2020.01.31 05:00
 GS칼텍스 직원이 서울 삼성로주유소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GS칼텍스 직원이 서울 삼성로주유소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 주유소 업계 3위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말쯤에는 업계 2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다.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324곳에 대한 운영권 획득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부동산 투자사 코람코와 함께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를 인수하면 전국적으로 주유소 2542개를 보유하게 된다. 업계 1위 SK에너지의 주유소(3404개, 2018년 연말 기준)보단 적지만, 업계 2위인 GS칼텍스(2387개)는 앞서는 수치다. 
 
#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1위 전동 킥보드 공유기업 라임(Lime)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전동킥보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름 판매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30일 “소비자가 인근 주유소까지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서 주유소에 주차된 공유 차량으로 환승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하는 모델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이후 미래먹거리로 배터리를 선정해 5조원 가까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이후 미래먹거리로 배터리를 선정해 5조원 가까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정유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규모 장치산업이자 다른 산업보다 변화가 느리던 정유 업계에 부는 바람은 단순한 미풍 수준이 아니어서다. 수익률과 직결된 정제마진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시장 확대 등 에너지 전환이란 거대한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원유 소비가 2038년을 기점을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정유 업계를 애타게 한다.
 
‘사느냐 혹은 죽느냐’란 질문 앞에 선 국내 정유 4사의 생존법은 4인 4색이다. 먼저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에 승부를 걸었다. 전체 매출에서 정유 사업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라는 차세대 먹거리를 키워 이를 메우겠다는 거다.
 
 
정제마진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제마진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를 위해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을 포함해 유럽과 중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에 한창이다. 공장 건설에 투자한 현금만 5조원 가까이 들였다. 미국 공장 준공 테이프를 끊기도 전이지만 새로운 투자 계획도 들고 나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이달 초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 공장 증설에 나설 경우 투자금액만 1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본다. 
 
에쓰오일이 5조원을 투자한 복합 석유화학 시설. 이를 통해 정유사가 아닌 화학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이 5조원을 투자한 복합 석유화학 시설. 이를 통해 정유사가 아닌 화학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S-Oil)은 정유사가 아닌 종합에너지 화학기업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고 있다. 5조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복합석유화학시설을 짓고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람코에서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저가의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바꾸고 이를 다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으로 만든다. 생산 규모는 연간 각각 40만5000t, 30만t 수준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정유사가 화학 사업으로 확장할 경우 원료를 싼값에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를 사 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모습.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 주유소의 운영권을 확보해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모습.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 주유소의 운영권을 확보해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도 모빌리티 진출과 함께 화학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이 회사는 2021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올레핀 생산(MFC) 시설을 짓고 있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각각 생산할 수 있다. 원유 정제에 더해 플라스틱 제품 원료까지 만들겠다는 일종의 ‘다운스트림’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오프라인 주유소 확보와 함께 저유황 선박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저유황 선박유는 지난해 11월 10만t으로 시작해 12월 18만t 올해 1월에는 20만t 이상으로 생산량을 늘렸다. 국제해사기구 등의 규제 강화로 저유황 선박유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생산량을 늘렸지만 매월 완판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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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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