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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韓 왔던 ‘칸다하르 야수’ 北정탐 위해 최근에도 출격?

중앙일보 2020.01.31 05:00
2009년 10월 2일 전북 군산의 미군 공군기지에 낯선 모양의 기체가 착륙했다. 겉은 회색으로 칠해졌고, 꼬리 날드개가 없었다. 헬멧을 벗고 내려온 조종사도 안 보였다. 미국의 최신 스텔스 무인 정찰기인 RQ-170 센티널이 한국에 처음 도착한 순간이었다.

 
미국 공군의 스텔스 무인 정찰기인 RQ-170 센티널 상상도. [사진 위키피디아]

미국 공군의 스텔스 무인 정찰기인 RQ-170 센티널 상상도. [사진 위키피디아]

 
미국의 군사전문 온라인 매체인 워존(War Zone)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공개법(FOIA)에 따라 미군으로부터 받은 비밀문서를 공개했다. 비밀문서에 따르면 미 공군의 RQ-170 편대가 당시 한국에 전개됐다. 중앙일보는 당시 2009년 12월 9일 1면 기사에서 이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RQ-170의 제원과 성능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 미국의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제작했고, 미 공군이 2007년 도입했다는 정도가 전부다. 대략 길이 4.5m, 날개폭 20m, 높이 1.8m이고, 최고 15㎞ 높이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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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의 제44정찰비행대대 소속이지만, 실질적 운용은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맡고 있다는 추정도 있다. RQ-170은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의 영공을 은밀히 날아다니면서 영상 정보와 신호 정보를 확보하는 임무를 맡는다. 2007년 말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국제공항에서 그 모습이 포착돼 ‘칸다하르의 야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워존은 앞서 2007년 6월 2일 당시 미 합참의장인 마이크 멀린 제독이 RQ-170을 한국에 보낼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해 북한의 도발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4월 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인 은하 2호를 쐈다. 이 로켓 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과정의 하나였다. 또 5월 25일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제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으로선 북한이 감추려고 하는 핵ㆍ미사일 개발 정보가 절실했던 때였다.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 매체인 워존이 정보공개법을 통해 미국 공군으로부터 받은 비밀문서. 2009년 9월 2일 RQ-170 센티널이 군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복수형(Air Vehicles)을 사용한 것으로 봐 1대가 아니라 여러 대가 들어왔다. [사진 워존 캡처]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 매체인 워존이 정보공개법을 통해 미국 공군으로부터 받은 비밀문서. 2009년 9월 2일 RQ-170 센티널이 군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복수형(Air Vehicles)을 사용한 것으로 봐 1대가 아니라 여러 대가 들어왔다. [사진 워존 캡처]

  
워존은 2009년 전개한 RQ-170이 언제 한국을 떠났는지 알 수 없다면서, 이후 여러 번 한국에 다시 전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워존이 확보한 2013년 미 공군 문서엔 “(태평양 지역에서) 앞서 언급한(aforementioned) 기체도 정보수집 임무를 맡았다”고 적혔다. 워존은 이 기체를 RQ-170으로 추정했다.

 
RQ-170이 2017년에도 한국을 다녀갔다는 정황은 있다. 미 폭스뉴스의 제니퍼 그리핀 기자는 2017년 7월 4일 북한이 ICBM급 화성-14형을 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북한이 화성-14형 발사 준비를 하는 것을 이미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 취재원이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는 것을 봤다”고 썼다. 당시 발사 장소였던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에서 실시간으로 준비 과정을 미국에 중계하기 위해선 RQ-170과 같은 스텔스 무인정찰기와 같은 수단을 동원했을 것이란 게 워존의 설명이다.

 
이란은 2011년 12월 4일 해킹을 통해 이란을 정찰 중인 RQ-170을 강제 착륙시켰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전시 중인 RQ-170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

이란은 2011년 12월 4일 해킹을 통해 이란을 정찰 중인 RQ-170을 강제 착륙시켰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전시 중인 RQ-170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

 
일각에선 RQ-170이 최근 한국에 전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근거는 지난해 12월 28일과 30일 크리치 공군기지를 출발한 C-17 글로브마스터 Ⅲ 수송기 4대가 알래스카주 엘먼도프 공군기지를 거쳐 군산 공군기지에 내렸다. 당시 일부 언론에선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참수작전에 동원하는 무인 공격기인 MQ-9 리퍼를 배치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은 “크리치 공군기지엔 MQ-9뿐만 아니라 RQ-170도 있다”며 “북한이 ‘크리스마스 도발’과 ‘새로운 길’을 언급했던 무렵에 벌어졌던 일이다. 미국은 공격용 MQ-9보다는 정찰용 RQ-170이 더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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