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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먹다 ‘생활 감염’…“사스보다 어려운 싸움 될 수도”

중앙일보 2020.01.31 00:21 종합 2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세정제로 손을 닦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세정제로 손을 닦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지역사회 2차 감염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환자와 그 접촉자를 추적하는 기존 정부 방역대책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차 감염은 기존 방역 한계 의미
발열 환자 격리하면 해결된 사스
주로 병원 감염 메르스와도 달라
지역사회 유행 대비한 대책 필요
전문가들 “이번 주가 고비 될 것”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여섯 번째 환자는 세 번째 환자(54)와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일관에서 두 시간 가까이 식사하고 커피를 마셨다. 세 번째 환자는 이날 오후 열이 나는 듯한 느낌과 몸살 기운을 느껴 해열제를 복용했다. 그 뒤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식사하는 동안 친구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2, 3차 감염이나 감염 경로를 끝내 확인하지 못한 환자가 다수 발생했지만 대부분 의료기관 내 감염이었다. 이번 사례처럼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하던 중에 발생한 2차 감염은 없었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인 메르스 바이러스와 완전히 감염 양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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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 보건 당국은 한 동창회 참석자 6명이 한꺼번에 ‘우한 폐렴’ 확진을 받은 사례를 확인했다. 감염자는 모두 지난 21일 열린 동창 모임에 참석한 22세 남성들로 지난 19일 우한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친구 마(馬)씨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씨는 동창회 때까지만 해도 증상이 없었지만 이튿날인 22일 열이 나기 시작했고,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기존 방역대책으로는 지역사회 2차 감염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중국에서 환자가 발생하는 추세를 보면 이 바이러스는 병원 중심으로 퍼진 메르스와 달리 지역사회에서 잘 전파되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발열 전 전파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열이 나는 사람만 잡아내면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현재 우한과 연관있는 사람만 조사하고 있는데, 더 많은 환자가 지역사회에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만 감시해도 벅찬 상황이지만 이제는 지역사회 유행에 대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이 사람 간에 전파된 사례는 해외에서 먼저 나왔다. 독일과 일본, 베트남 등이다. 이러한 2차 감염은 대부분 확진판정 전 밀접 접촉한 경우에 발생했다. 단순 접촉 등 지역사회에서 대규모 유행이 나타나진 않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지역사회 유행의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도 여섯 번째 환자 발생으로 지역사회 전파가 됐지만, 유행까지 일어난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3, 4번째 환자의 접촉자가 꽤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중국 확진자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 잠복기가 5.2일이다. 다음달 1일까진 접촉자 중에서 2차 감염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관리 대상에서 나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방역망 바깥에서 발생하면 큰 문제다”고 했다.
 
천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개발한 RT-PCR(6시간 내 확진검사 가능한 검사 시약)을 신속히 민간 의료기관까지 보급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는 등 지역사회 유행에 대비한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야 한다”며 “어쩌면 사스 때보다 더 크고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에스더·정종훈·편광현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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