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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컨테이젼

중앙일보 2020.01.31 00:07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과 함께 소환된 영화가 있다.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내놓았던 ‘컨테이젼’이다. 개봉 당시엔 미래에 대한 경고였을 이 ‘예언적 영화’는 이제 현실이 되어 있다. 박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사망자와 감염 지역,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범람, 공포와 불안에 질린 대중…. ‘컨테이젼’이 보여주는 재난의 풍경들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인 베스(기네스 팰트로)는 홍콩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공항 바에서 맥주 한 잔을 즐기고 있다. 이때 카메라는 인물보다 손을 따라 움직인다. 휴대전화, 맥주잔 등을 만진 베스의 손은 직원에게 신용카드를 전하고, 직원은 결제를 위해 키패드를 누른다. 전염의 가장 직접적 경로인 손. 집으로 돌아온 베스는 곧 증상을 보이고 결국 신종 전염병의 첫 사망자가 된다.
 
그영화 이장면용 사진

그영화 이장면용 사진

이후 영화엔 역학 조사를 위해 베스가 들렀던 장소들의 CCTV 화면을 보는 과거 장면들이 삽입된다. 과연 베스는 어떤 경로로 감염된 것일까? 영화는 끝까지 진실을 알려주지 않다가, 맨 마지막 신에서 전염이 시작된 첫날(Day-1)로 돌아간다. 레스토랑 셰프와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는 베스. 셰프는 베스와 악수하기 전, 요리를 하며 그 손으로 돼지고기를 만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돼지는 왜 감염이 되었을까? 결론은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것. 재앙이라는 부메랑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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