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감원 제재심, 손태승·함영주 DLF사태 중징계

중앙일보 2020.01.31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손태승. [뉴스1]

손태승. [뉴스1]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30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리은행장 겸임)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에 대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로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 심의 결과에 따라 중징계를 확정하면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현재 임기를 끝으로 금융회사 경영진에서 물러나야 할 위기에 놓인다.
 

7시간 격론 끝에 ‘문책경고’ 의결
윤석헌 확정 땐 금융사 임원 불가
손태승 회장 연임 못 하게 될 위기
함영주도 차기 회장 1순위 흔들

지난 16일과 22일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이날 제재심은 오후 2시에 시작해 7시간가량 지난 오후 8시50분쯤 끝났다. 심의위원들은 지성규 하나은행장에 대해선 은행 자체 조사 결과를 삭제해 금감원 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주의적 경고를 결정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선 6개월간 일부 업무정지와 과태료 부과의 기관 제재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제재심의 최대 쟁점은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26일 이들에게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남은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이후 최소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금감원은 은행 CEO로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크다고 봤다.
 
함영주. [연합뉴스]

함영주. [연합뉴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CEO까지 중징계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맞섰다. “CEO가 상품 판매를 위한 의사 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사태 발생 이후 고객 피해 최소화와 재발 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도 제재심에 직접 참석해 반론을 폈다.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공’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돌아갔다. 윤 원장이 문책경고를 확정하면 함 부회장은 올해 말 임기 만료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동안 함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연임을 앞둔 손 회장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손 회장을 차기 회장직의 단독 후보로 선정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손 회장은 오는 3월 말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추가로 3년 임기의 회장직을 수행한다. 하지만 주총이 열리기 전에 문책경고의 효력이 발생하면 주총에 손 회장의 연임안을 상정할 수 없다.
 
변수는 있다. 문책경고의 통보가 늦어지는 경우다. 금감원 제재의 효력은 금융회사에 통보한 날부터 발생한다. CEO 제재안은 금감원장의 전결 사항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의결 사항인 기관 제재와 합쳐 한 번에 통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위를 거치면서 제재 통보일이 오는 3월을 넘긴다면 손 회장은 제재 효력 발생 전에 연임을 확정할 수 있다.
 
윤 원장이 기관 제재와 별도로 곧장 우리금융에 문책경고 제재를 통보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우리금융이 주총까지 버틸 방법은 남아 있다. 우리금융이 금감원 제재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경우다. 금감원 감독을 받는 우리금융이 금감원 제재에 법적으로 맞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례는 있다. 2014년 직무정지 제재를 받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당시)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 등을 제기해 금융당국을 긴장케 했다. 당시 임 회장은 법적 대응으로 맞섰지만 KB금융 이사회가 나서 해임을 의결하면서 결국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손 회장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지난해 12월 금감원의 문책경고 사전 통지에도 손 회장을 단독 회장 후보로 선출한 것은 이사회 구성원들이 그만큼 손 회장을 믿는다는 것”이라며 “플랜B(비상대책)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금감원에 맞서 손 회장 구하기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은 이유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