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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외국인 관광객 출입금지”…대학도 덮친 우한폐렴 공포

중앙일보 2020.01.30 17:58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글로벌 위험 수준을 ‘보통’에서 ‘높음’으로 격상함에 따라, 관광객의 캠퍼스 내 출입을 제한합니다.”
 
서울 이화여대에 30일 설치된 외국인 관광객 출입 금지 팻말. 석경민 기자

서울 이화여대에 30일 설치된 외국인 관광객 출입 금지 팻말. 석경민 기자

우한 폐렴 창궐로 각 대학이 각종 다가올 행사들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대학 문턱까지 다다랐다. 서울 이화여대는 30일 오전 10시부터 위와 같은 문구가 쓰인 팻말을 정문에 세워두고 외국인 관광객의 진입을 막기 시작했다. 전국 대학 중 우한 폐렴으로 외부인 출입 통제에 나선 건 이대가 처음이다.  
 
이날 오후 찾은 이대 정문은 2개의 쪽문을 제외하곤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었다. 그 앞엔 관광객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구와 이를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 등으로 번역해 놓은 안내 표지판이 7개 서 있었다. 이대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출입을 막고 있다. 정문에서 일일이 검문검색을 하는 건 아니지만, 육안상 외국인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은 막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라고 막는 건 부당”VS“합리적 조치”

실제 이날 이대 캠퍼스로 들어가려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번번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특히 중국인이 많았다. '이화(梨花)’의 중국어 발음(리화)이 ‘돈이 불어나다’는 뜻을 가진 중국어 ‘리파(利發)’와 발음이 유사해 수년 전부터 이대가 중국인들의 관광 필수코스가 됐기 때문이다.  
 
오후 3시 25분쯤 캠퍼스로 진입하려던 한 중국인 가족은 경비원이 가리킨 ‘外來遊客禁止出入’(외국 관광객 출입금지) 문구를 보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중국 선전에서 왔다는 이 관광객(38)은 “무턱대고 다 출입을 막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체온검사와 같이 체계적이게 검사하는 방법도 있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다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30일 오후 한 중국인 가족 관광객이 이화여대에 진입하려다 외국인 출입금지 안내 팻말을 읽고 있는 모습. 석경민 기자

30일 오후 한 중국인 가족 관광객이 이화여대에 진입하려다 외국인 출입금지 안내 팻말을 읽고 있는 모습. 석경민 기자

 
10여분 후쯤 또 다른 중국인 관광객도 캠퍼스로 들어가려다 막혔다. 중국 장시(江西)에서 교사로 근무 중이라는 그는 “여기까지 왔는데 헛걸음이 돼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정문 통제를 이해한다. 중국에 감염자가 많은 만큼 합리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인뿐 아니라 몇몇 서양인들도 캠퍼스에 들어가다 막혔다. 정문 경비원은 “오늘 오전 10시부터 통제를 하면서 수백명의 관광객을 돌려보냈다”며 “다행히 아직까진 이에 크게 반발한 관광객은 없었다”고 했다. 이날 처음 시행된 외국인 통제에 출입문을 드나드는 이대생들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대 사회과학대 4학년생인 전모(28)씨는 “학교가 학생을 보호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외국인 관광객 출입조치는 너무 간 조치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으로부터 옮을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만 출입을 통제한다는 건 실효성도 의문이고 당위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염병 막아라…대학 곳곳 비상

이대뿐 아니라 국내 많은 대학도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졸업식ㆍ입학식 등을 연기ㆍ취소하거나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을 휴업하는 방식이다. 연세대는 이날 다음 달 1일 있을 서승환 신임 총장의 취임식을 생략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관계자는 “졸업식ㆍ입학식ㆍ신입생 OT 등도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숙명여대는 수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 6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학교 설명 프로그램을 열지 않기로 했고, 서강대는 단과대별로 이번 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신입생 환영 행사를 모두 취소한 상태다.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한양대ㆍ성균관대ㆍ국민대는 31일까지, 숙명여대는 다음 달 4일까지 한국어 교육기관의 수업을 임시 휴강한다.  
 
김준영ㆍ석경민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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