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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라" 거센 항의··· 격리시설 찾은 진영·양승조 달걀 봉변

중앙일보 2020.01.30 16:52
 
“돌아가라. 아무 말도 듣기 싫다“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면 당신들이 사는 곳이나 청와대에 교민을 수용하면 될 게 아니냐”

주민 100여 명,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집회
교민 수용시설 천안→아산 변경된 이유 항의
진영 장관 "주민 우려 이해한다. 대책도 마련"
양승조 충남지사, 아산에 사무실 차리고 집무

30일 오후 중국 우산 교민을 격리 수용할 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이 주민들이 던진 계란과 과자봉지를 피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30일 오후 중국 우산 교민을 격리 수용할 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이 주민들이 던진 계란과 과자봉지를 피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30일 오후 3시30분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천막에서 농성 중이던 주민 100여 명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 오세현 아산시장이 도착하자 고성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다. 정부가 중국 우한에서 송환한 교민을 아산과 충북 진천에 분산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승합차에서 내린 진 장관과 양 지사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주민들이 농성 중인 곳으로 이동했지만 거센 항의 때문에 가까이 접근하지는 못했다. 일부 주민은 진 장관 일행에게 계란과 과자봉지를 던지며 “필요 없다. 가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계란 세례에 경찰은 대형 우산을 펼쳐 진 장관을 보호했다. 마이크를 잡고 주민을 설득하려던 진 장관은 뒤로 물러났다.
 
결국 양승조 충남지사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양 지사는 “먼저 말씀드릴 것은 천안에서 아산으로 변경된 것이 아니다”며 “여러 시설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경찰인재개발원이 높은 점수를 받아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분이 믿지 못한다면 가족과 함께 마을 인근에서 생활할 수도 있다”며 주민들을 달랬다.
 30일 오후 중국 우산 교민을 격리 수용할 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도로에 누워 항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0일 오후 중국 우산 교민을 격리 수용할 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도로에 누워 항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산지역 주민들은 정치적 논리로 수용 시설이 하루 만에 천안에서 아산으로 변경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 지사의 고향이 천안이고 천안지역 국회의원 3명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이유 등에서다.
 
양 지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에 ‘임시 집무실’을 설치하고 도정업무를 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는 “일부에서 충청권 홀대론을 얘기하지만, 도지사로서 그런 일이 있다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수용되는 교민 가운데서 확진 환자가 나올 것을 가장 우려했다. 증상이 없는 교민만을 송환한 뒤 아산에 수용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믿지 못해서라고 한다. 초사동에 사는 50대 여성은 “다른 나라에서도 입국한 뒤 확진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모든 게 끝”이라고 걱정했다.
30일 오후 중국 우산 교민을 격리 수용할 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30일 오후 중국 우산 교민을 격리 수용할 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진영 장관은 “우한에서 교민들이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한다. 오시는 분들의 명단을 봤는데 첫 페이지에 아산 주민이 3명이나 있었다”며 “국가시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경찰인재개발원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이어 “주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시설을 운영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여기에 왔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주민은 정부와 관계 당국이 1000여 명에 달하는 경찰병력을 마을에 배치한 것도 문제 삼았다. 자신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경찰을 보냈다는 이유에서다. 한 주민은 “여기는 시골 마을이고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다. 평화적으로 집회하고 폭력도 없는데 당장 경찰을 철수시켜달라”고 요구했다.
30일 중국 우산 교민을 격리 수용할 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항의하는 주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30일 중국 우산 교민을 격리 수용할 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항의하는 주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오세현 아산시장은 “주민 여러분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며 정부, 충남도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 (진행 과정을)설명하겠다”며 주민 대표와의 대화를 위해 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1시간가량 회의를 진행한 진영 장관은 오후 5시쯤 현장을 떠났다. 양 지사는 회의를 마친 뒤 “천안에서 아산으로 변경된 데에는 어떠한 의혹도 없다는 점과 안전성을 담보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설명했다.
 
양 지사와 오 시장에 따르면 진영 장관은 회의 때 우한 교민을 경찰인재개발원에 수용하는 것은 이번 한 번이라는 점을 약속했다. 정부가 추가로 교민을 아산에 수용할 것에 대한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정부가 아산을 수용 지역으로 결정하면서 충남도·아산시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도 회의 과정에서 확인됐다.
30일 오후 우산 교민을 격리 수용할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양승조 충남지사가 주민들에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30일 오후 우산 교민을 격리 수용할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양승조 충남지사가 주민들에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양승조 지사는 “정부의 결정을 번복할 수 없으며 다른 지역으로 가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주민들이 우려하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역경제가 침체하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협의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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