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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주당 영입 15호 ‘우생순’ 임오경 “한국당서 10년 전부터 제안”

중앙일보 2020.01.30 16:43
더불어민주당 15번째 영입인재인 전 핸드볼국가대표 임오경씨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영입 환영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15번째 영입인재인 전 핸드볼국가대표 임오경씨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영입 환영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실제 주인공인 임오경(49) 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이 30일 15번째 영입 인사로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했다.
 
임 전 감독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정당 세 곳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택한 이유를 묻자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롭게 하겠다는 말이 스포츠인으로서 참 좋았다”고 답했다.
 
왜 정치인이 됐나.
“2010년부터 꾸준히 다른 당에서 제안이 있었다. (일본에서) 한국에 온 게 2008년이었는데 그 직후부터 제안을 계속 받았다.”
 
한국당에서 러브콜을 받았나.
“그렇다. 그렇지만 그때(2010년)는 석사 공부 중이었고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능력도 안된다고 생각해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다른 당에서 세 군데 정도 연락을 받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임오경 전 감독이 딸과 만나 기뻐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임오경 전 감독이 딸과 만나 기뻐하고 있다. [중앙포토]

 
민주당을 택한 이유는.
“그 말이 좋았다. 평등, 공정, 정의. 이 문구를 예전에 접하고 ‘내가 정말 모든 선수에게 원했던 것’이라고 느꼈다. 살아오면서 가졌던 내 생각과 딱 맞았다.”
 
정치와 스포츠는 다르다.
“결정한 이상 뒤로 물러설 수는 없다. 스포츠는 어떤 말보다도 경기 결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훈련하고 고생한 걸 오직 성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나는 그렇게 살았다. 요즘 정치를 너무 말로 하는 거 같다고 생각한다. 행동을 해서 결과로 보여주겠다.”
 
체육계 미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인권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체육계 성폭력방지법이 통과되는 등 제도 정비가 됐지만, 지도자뿐 아니라 어린 학생 교육 등 보완이 필요하다. 한국당이 체육계 미투1호(김은희씨)를 영입했다. 당은 다르지만 정말 잘된 일이다. 21대 국회에서 함께 (체육계 성폭력 근절에) 힘쓰고 싶다.”
 
임오경 전 서울시청 핸드볼팀 감독이 지난 2009년 서울 방이동 선수단숙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임오경 전 서울시청 핸드볼팀 감독이 지난 2009년 서울 방이동 선수단숙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지역구와 비례대표 중 어느 쪽으로 출마하나.
“당의 계획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비례대표라고 생각하고 입당했는데, 당에서 이번에 영입된 사람들이 비례·지역구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섣불리 내가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
 
고향(전북 정읍)에 부모님이 계신가.
“부모님과 오빠 두 명이 정읍에, 인근 고창에 언니가 산다. 다만 지역색이나 정치색을 가져본 적은 없다. 일본에서 14년 정도 살다가 귀국한 뒤 부모님 댁이나 모교(정읍여고)에 가끔 방문하곤 한다.”
 
현재 사는 곳은.
“서울 잠실이다. 한국체대를 나왔고, 직장(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문제로 귀국 후 이쪽에 터를 잡았다. 2008년부터 죽 살았다. 남들이 포스(분위기)만 보면 집이 다섯 채 있을 것 같다고 하는데, 워낙 주변에 퍼주는 성격이라 무주택자로 전세 산다.”
 
임 전 감독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95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MVP 수상),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등 한국 핸드볼의 르네상스를 이끈 선수였다. 키 167㎝로 비교적 단신이지만 지능적이고 저돌적인 플레이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94년 한체대 졸업후에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플레잉 코치로 활약했다. 
 
특히 '핸드볼 선수 임오경'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킨 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었다. 그는 당시 33세 최고참이었지만, 주축 선수로 대표팀을 결승까지 이끌었다. 결승전 상대국은 유럽의 강호 덴마크. 열세라는 예상과 달리 2차 연장까지 접전을 펼쳤고, 대표팀은 아쉽게 패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실화가 2008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임순례 감독)으로 탄생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 패하면 폐인이 되고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스포츠계에서도 살아남았다. 그걸 다 극복하는 게 내 장점”이라고 정계 입문 각오를 밝혔다. “이게(정치가) 운명이라면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게 내 팔자”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임 전 감독을 “구기 종목 역사상 최초 여성감독으로 스포츠계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으로 소개했다. 지난달 인재영입 2호로 입당한 원종건(27) 씨가 데이트폭력 의혹에 휘말려 출마 선언을 철회한 지 이틀만이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전날까지 “당내 젠더폭력신고센터를 폐쇄하라”는 등 당 지도부의 성(性)인지 감수성 부족 문제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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