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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푸니 또다른 규제’…아직 갈 길 먼 '규제 샌드박스'

중앙일보 2020.01.30 16:05
ICT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규제 완화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를 푸는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사업이 지지부진한 스타트업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규제 샌스박스는 모레 놀이터처럼 기업들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규제가 없으면 임시로 사업을 승인해주고(임시허가), 규제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사업을 허용(실증 특례)해 주는 식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ICT 규제샌드박스 제7차 신기술ㆍ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ICT 규제샌드박스 제7차 신기술ㆍ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보류된 '블록체인' 해외송금, 재심의 하세월           

지난해 1월 정보통신기술(ICT)분야 규제 샌드박스 1호 신청자였던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 송금 서비스 ‘모인’은 1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사업을 못하고 있다. 모인은 지난해 1월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했지만 안건 심사에도 오르지 못하다가 4차 회의가 열린 7월에 가서야 겨우 안건에 올랐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의위원회는 “찬성 의견도 있지만 자금 세탁 위험과 가상 통화 투기 과열 등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며 심의를 보류했다. 
 
이후 현재까지 안건에 재상정 되지 못했다. 모인은 지금 블록체인 기술을 뺀 일반적인 해외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일석 모인 대표는“재심의를 기다리고 있지만 연락이 없다”며 “블록체인 기술로 더 낮은 수수료로 더 빠른 송금을 하는게 서비스의 핵심인데 이 부분이 빠진 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떼고 또다른 규제 단 한국판 에어비앤비   

한국판 에어비앤비로 불린 ‘위홈’은 ‘규제 속 규제’로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심의위는 지난해 11월 내국인용 도시 민박 플랫폼인 위홈을 실증특례로 허용했다. 현행법상 국내 일반 주택을 이용한 도시 민박은 외국인만 묵을 수 있다. 하지만 심의위는 내국인에게도 숙박을 허용토록 규제의 빗장을 풀었다. 
 
문제는 줄줄이 달린 제약 조건이다. 서울 지하철 1~9호선 역 근처 1㎞ 이내여야 하고, 연면적이 230㎡ 미만의 주택ㆍ아파트만 허용됐다. 또 호스트(집주인)가 반드시 거주해야 하고, 영업 일수도 연 180일 이내로 제한됐다. 전체 호스트 수도 4000명이 넘지 못하게 했다. 업계는 “일단 시작이라도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측에서 제약 조건을 많이 달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위홈 서비스 개념도. [사진 위홈]

위홈 서비스 개념도. [사진 위홈]

 

심의 통과 40건 중 16건 출시, 나머진 상반기 중 서비스   

과기부의 ICT 규제 샌드박스로 세상의 빛을 본 사업도 많다. 과기부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도 시행 1년 동안 40건의 임시허가(18건)와 실증특례(22건) 중 16건의 신기술ㆍ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됐고, 나머지 24건도 상반기내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ICT 규제 샌드박스로 인해 규제와 이해관계에 얽혀 묻힐 뻔한 사업이 되살아나는 등의 성과도 있다. 
 
애플보다 먼저 ‘손목시계형 심전도계’를 개발했지만 시장에 출시하지 못했던 휴이노는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된 뒤 8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다음달이면 서비스도 출시된다. 자발적 택시 동승 플랫폼인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코나투스의 경우, 심의위원회에서 한 차례 보류되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시장에 출시돼 현재 가입자 6만명, 기사 8000명이 생겼다.  
 

과기정통부는 “AI 기반 온라인 안경 판매 서비스나 원격화상 일반 의약품 판매기 등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자와 극심한 갈등으로 해결되지 못한 신청과제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력해 이해관계를 중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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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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