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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매장만 다녀요”…우한 폐렴 공포에 마케팅 포인트 된 마스크

중앙일보 2020.01.30 16:03
30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편의점, 옷 가게, 시계점 등 절반 이상의 가게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손님을 맞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3번 확진자가 강남 인근을 돌아다녔다는 소식에 불안한 손님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이날 마스크를 쓰고 출근한 가방 가게 직원 박모(38)씨는 "설 연휴 우한 폐렴 뉴스를 보고 마스크를 사뒀다"며 "얼마 전 확진자가 강남역 인근을 돌아다녔다고 한 뒤로 마스크를 쓰는 가게가 하나둘 늘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우한 폐렴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마스크 쓴 모습을 보면 손님이 조금이라도 더 찾아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30일 오후 2시 강남구의 한 스타벅스 지점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편광현 기자

30일 오후 2시 강남구의 한 스타벅스 지점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편광현 기자

 
인근 옷 가게 직원은 "어제부터 사장님이 마스크를 꼭 쓰고 손님을 응대하라고 했다"며 "요즘엔 헛기침을 하는 손님이 있으면 다른 손님들이 예민해지기도 한데, 마스크 쓴 직원들이 있어서 안심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상가 안경점에서 물건을 고르던 김보미(27)씨는 "서비스직이라고 마스크를 못 쓰게 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손님을 위해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강남역을 지나던 이모(26)씨도 "평소 면역력이 낮아 걱정인데 식당이든 가게든 기왕이면 마스크를 낀 직원이 있는 매장만 가게 된다"고 말했다. 
 
 

대형 업체들 '마스크 쓴다' 홍보하자 자영업자도 챙겨

편의점과 카페에서도 마스크를 쓴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3번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편의점과 카페가 대표적이다. 지난 27일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3일 3번 확진자가 GS25 한강잠원 1호점과 일산 소재의 스타벅스에 들렀다"고 밝혔다. 현재 두 점포는 소독 등 방역작업이 끝난 상태다.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양해해달라고 쓰인 시중은행의 공지문. 편광현 기자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양해해달라고 쓰인 시중은행의 공지문. 편광현 기자

 
이에 GS25는 전국 점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전염 방지를 위해 통행객이 많은 번화가 점포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고객의 안전을 지킨다는 이유에서다. CU와 세븐일레븐 직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강남역 인근의 카페들도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시켰다. 스타벅스는 지난 27일부터 전국 지점에 '마스크 착용 권고' 공문을 보내 전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48)씨는 "대형 카페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손님들이 좋아할 것 같아 나도 썼다"며 "내 건강도 챙겨서 좋다"고 말했다.
 
 

"마스크는 손님·직원 존중 의미" 

전문가들은 서비스직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홍보하는 현상에 대해 "마스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타인을 위한 행동"이라며 "서비스하는 직원들은 특히 마스크를 써야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게 주인이 직원과 고객을 모두 존중한다는 느낌을 줘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서 유행하는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은행 직원들 [연합뉴스]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은행 직원들 [연합뉴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들을 겪다 보니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과거에는 서비스직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익숙해졌고 이런 특별한 시기에는 오히려 손님들이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선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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