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중물 역할 못한 일자리 예산 23조…민간 일자리 채용 문 더 좁아져

중앙일보 2020.01.30 15:03
한 중년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기록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한 중년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기록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려고 나랏돈(재정)을 풀었지만, 지난해 민간 노동시장에서의 채용은 더욱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3조원 규모 일자리 예산이 채용을 늘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던 셈이다.
 

지난달 채용, 얼마나 줄었나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2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종사자 1인 이상인 기업의 지난달 채용 인원은 65만7000명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2만7000명(-4%) 줄었다. 고용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 채용은 1만9000명(-6.4%), 임시·일용직 채용은 9000명(-2.2%) 감소했다. 채용 인원이 줄면서 직장에 들어간 입직자도 4만5000명(-6.1%) 감소했다. 사업체노동력조사는 기업 관점에서 종사자 수와 임금 등을 조사한 통계다. 공공 노인 일자리 취업자를 대거 포함한 경제활동인구조사(통계청)에 비하면 민간 노동시장의 '민낯'을 더 잘 보여주는 지표다.
 
퇴사 등으로 직장을 떠난 이직자도 8만9000명(-10.3%) 감소했다. 채용 인원도 줄었지만, 이직자가 더 많이 줄면서 전반적인 종사자 수는 36만명(2%) 증가했다. 새로운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퇴사하는 기존 노동자 수도 감소한 것은 그만큼 노동시장 내 경직성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다.
최근 5년 간 채용&이직 인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최근 5년 간 채용&이직 인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채용 줄어든 곳은 어디? 

산업별로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선 채용이 증가(4000명·8%)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7000명·-7%)과 민생 경제에 영향이 큰 도·소매업(-6000명·-8.4%), 숙박·음식점업(-1만1000명·-10.3%) 등에선 채용 인원이 감소했다. 신규 채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종사자 수도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선 12만1000명·7.3%)가 증가했지만, 종사자 수 비중이 큰 제조업에선 1만2000명(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가운데서도 경기 부진 여파가 컸던 섬유제품(-4000명)과 자동차·트레일러(-3000명), 가죽·가방·신발제조업(-3000명) 등에서 종사자가 특히 많이 감소했다.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11월 기준)은 322만원으로 3.8%(11만7000원) 증가했다. 상용직 월급은 340만원으로 3.3%, 임시·일용직은 155만2000원으로 6.3% 증가했다. 1인당 근로시간은 한 달간 166.4시간으로 6.9시간(-4%) 감소했다. 상용직은 4.4%(8시간), 임시·일용직은 2%(2시간)씩 각각 줄었다. 
 
황효정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상용직은 임시·일용직보다 근로시간이 2배 정도 길기 때문에 임금이 더 많다"며 "다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임시·일용직 임금상승률도 6~7% 안팎의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등 민간 일자리 창출력 떨어져" 

전문가들은 지난해 경기 부진으로 재정 사업이 주도한 영역을 제외하면 고용의 양과 질이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지난해 증가한 전체 취업자 중 보건·사회복지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며 "제조업·건설업 등 민간 핵심 산업의 일자리 창출력은 떨어지고 재정을 투입한 곳에서만 고용이 증가한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