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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고 얼굴 어떻게 알리나"…정치신인 발목잡은 우한폐렴

중앙일보 2020.01.30 13:33
 “손바닥, 손톱 밑 꼼꼼하게 씻기”“기침할 땐 옷소매로 가리기”

 
지난 29일 저녁 퇴근길 인사에 나선 조상호 예비후보(서울 금천, 민주당)의 목에 걸린 팻말에는 공약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수칙’을 알리는 문구와 삽화가 담겨 있었다.  

조상호 예비후보(서울 금천, 민주당)가 29일 저녁 8시 30분 시흥사거리 인근 횡단보도에서 신종코로나 예방 수칙이 담긴 팻말을 들고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정희윤 기자

조상호 예비후보(서울 금천, 민주당)가 29일 저녁 8시 30분 시흥사거리 인근 횡단보도에서 신종코로나 예방 수칙이 담긴 팻말을 들고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정희윤 기자

 조 예비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립의료원을 방문해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한 28일부터 선거운동 방식을 180도 바꿨다. 경로당이나 시장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는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거리 인사를 주로 했다. 거리에서도 악수 대신 말없이 90도 인사만 했다. 조 예비후보는 “안 그래도 우한폐렴 때문에 장사가 안되는 상인들에게 피해가 될까 시장이나 식당은 엄두도 못 낸다”며 “타액이 튈 우려가 있어 외치는 구호나 명함을 건네는 인사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악수 자제 ▶마스크 착용 ▶다중 이용시설 방문 자제 ▶호흡기 증상이 있는 후보는 선거운동 중단 ▶선거사무소 개소식, 선대위 발대식 연기 등을 주문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선거운동 수칙’을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에게 전달했다. 새로운보수당도 30일 ‘국민 직접 접촉 자제 3무 선거운동 지침’을 마련했다. 명함배포와 악수ㆍ대화를 자제하라는 내용이다.
  
각 당의 주문은 지역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정치 신인에겐 불리한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갈등하게 하는 건 마스크 착용이다. 30일 새벽 건대입구역에서 출근길 인사에 나선 김상진 예비후보(서울 광진을, 민주당)는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려 걸쳤다. 그는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알릴 방법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유권자들과 멀찍이 떨어져 큰 소리로 인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악수는 이미 아는 사람이 먼저 건네는 경우만 하는 정도였다. 그는 “수칙을 다 지키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현역 의원은 별 상관이 없겠지만, 신인에겐 큰 악재”라고 말했다.    
김현기 자유한국당 예비후보(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가 마스크를 쓰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하자는 내용을 담은 팻말을 들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김현기 캠프 제공

김현기 자유한국당 예비후보(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가 마스크를 쓰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하자는 내용을 담은 팻말을 들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김현기 캠프 제공

당 차원의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은 자유한국당 예비후보 중에는 유권자와 거리를 좁히는 대신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이 많다. 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의 김현기 예비후보는 “선거보다 ‘우한 폐렴’ 예방이 우선”, 대구 수성을 이인선 예비후보는 “우한폐렴 마스크 꼭 착용”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정부의 늑장 대응 등은 야당엔 주요 공격 포인트인데 말을 하지 않으면서 정권 심판론을 부각할 방법이 없지 않으냐”며 “대신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예비후보인 김원이(전남 목포)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해식(서울 강동을) 민주당 대변인, 정호윤(부산 사하갑) 전 월간조선 기획위원 등도 1월 말과 2월 초에 예정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기하기로 했다.  
 
하준호·정희윤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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