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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절반이 9억 넘는 고가 주택…고가 주택 기준 10년째 같아

중앙일보 2020.01.30 11:44
서울 아파트의 절반이 9억원이 넘는다는 의미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 아파트 2가구 중 1가구는 세금 중과세‧대출 규제 대상인 고가주택인 셈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2월8개월새 3억원 올라
고가주택 기준 논란 거세질 전망

30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1월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216만원으로, 국민은행이 이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9억원을 넘었다. 중위가격은 ‘중간가격’으로,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해 중간에 있는 가격을 뜻한다. 전체 주택 가격을 합산해서 주택 수로 나누는 평균가격과는 다르다.  
 
단, 이 조사는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을 조사하는 전수 조사 방식이 아니라 일부 표본을 뽑아서 진행하는 표본 조사 방식이라 오차가 있을 수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7억9800만원이었고 같은 시기 국민은행의 조사 결과는 8억9800만원이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채찍에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속해서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6억635만원이었지만, 2년 8개월 만에 3억581만원 올랐다. 특히 지난달 규제 끝판으로 불리는 12‧16대책에도 불구하고 중위가격이 오른 데는 규제 반사 효과가 이유로 꼽힌다.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대출 규제안이 나오면서 9억원 미만 주택이 풍선 효과를 누리며 가격이 오른 것이다.  
 
고가 주택이 모여 있는 강남 3구 아파트값은 12‧16대책 이후 하락세를 보이지만 서울에서도 집값이 낮은 지역은 되레 오르고 있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4주 강남구(-0.03%), 서초구(-0.04%), 송파구(-0.04%) 아파트값은 떨어졌다. 전주에도 강남구(-0.02%), 서초구(-0.01%), 송파구(-0.01%)는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구로구(0.08%), 관악구(0.05%), 금천구(0.04%)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서 10년간 그대로인 고가 주택 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면 다양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이라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 1주택자여도 아파트를 팔 때 9억원을 초과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아파트를 살 때도 취득세가 3.3%로, 1.1% 더 내야 한다. 
 
12‧16대책으로 고가주택 보유자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전세대출 보증을 해주지 않아 전세자금 대출도 못 받는다. 새 아파트를 살 때도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세무사는 “고가주택에 대한 규제의 취지는 자산이 많은 상류층이 세금을 더 내라는 의미인데 현재 상황으로는 1주택자인 중산층까지 그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며 “서울 아파트 절반을 고가 주택으로 몰아 규제와 세금 징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고가주택 기준이 9억원으로 오른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다. 이전까지 실거래가 6억원 초과라는 기준이 있었지만 2008년 10월 실거래가 9억원 초과로 기준을 바꿨다. 당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가주택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당시 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8084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190여만 가구 중 9억원 이상 아파트는 10% 수준이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 부장은 “고가 주택에 대한 가격이 아니라 상위 얼마라는 식으로 분포를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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