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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에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도 잠정 중단…北 중국·한국 접경 봉쇄

중앙일보 2020.01.30 11:19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연합뉴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연합뉴스]

 
남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서울-평양 별도 전화·팩스선으로 연락채널은 유지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오전 양측 연락대표 협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연락사무소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8년 9월 문을 연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가동을 중단하기는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개성 연락사무소에 근무 중인 남측 인원 전원이 이날 오후 6시께 남측으로 복귀했다. 전날(29일) 밤 기준으로 개성 연락사무소에는 총 58명(당국자 17명·지원인력 41명)이 머물렀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연락사무소는 당분간 문을 닫지만, 남북 간 소통은 유지키로 했다. 이 당국자는 “남과 북은 서울·평양 간 별도의 전화선과 팩스 선을 개설해 기존의 남북 간 연락업무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진 연락사무소에 상주 중인 남북 연락대표가 매일 오전·오후 직접 접촉했지만, 사무소 폐쇄에 따라 정부서울청사 등 별도의 장소에서 전화·팩스를 통해 북측과 연락하겠다는 설명이다. 
 
30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로 출근하려던 남측 인력의 출입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30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로 출근하려던 남측 인력의 출입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개성 연락사무소 운영 중단 결정 배경에는 북한 당국이 이날 우한 폐렴 관련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기 위한 비상대책 강구’ 제목의 기사에서 “당과 국가의 긴급조치에 따라 비상설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에서는 신형코로나비루스감염증의 위험성이 없어질 때까지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을 선포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 비해 우한 폐렴 확산 국면에서 이례적으로 강화된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며 “연락사무소 운영 중단도 국가비상방역 측면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8일부터 우리 측 방북 인원에 대해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고, 이날 연락사무소 운영 중단 협의도 우리 측에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30일 "전국 각지에서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기 위한 사업들이 강도높이 진행되고 있다"며 전국 각지의 방역 및 위생 선전 사업을 소개했다. 사진은 평양 평천구역 미래종합진료소에서 위생 선전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은 30일 "전국 각지에서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기 위한 사업들이 강도높이 진행되고 있다"며 전국 각지의 방역 및 위생 선전 사업을 소개했다. 사진은 평양 평천구역 미래종합진료소에서 위생 선전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방역 체계가 미비하고, 의료 기술이 부족한 탓에 과거에도 세계적인 전염병이 발생하면 접경 지역 ‘국경 봉쇄’부터 나섰다. 연락사무소 잠정 폐쇄도 나름대로의 방역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앞서 중국 관광객 입국을 금지했고, 중국·러시아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1개월 격리와 의료 관찰을 의무화했다. 또 중국을 오가는 비행기·선박·자동차 운행도 중단했다. 
 
우한 폐렴이 중국 등 각국에 확산 일로이고, 북한도 비상시국에 돌입하면서 정부가 올해 추진하려는 남북협력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대북 개별관광은 상반기엔 아예 시도조차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남북 간 소통이 원활하지도 않은데 유일한 공식 연락채널(연락사무소)마저 무기한 문을 닫게 됐다”며 “우한 폐렴이 남북관계에도 악재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방역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현시점에서 북한에 마스크 등 방역 물품 지원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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