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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우한폐렴, 자신은 루게릭병…중국 진인탄 병원장의 사투

중앙일보 2020.01.30 11:12
“나도 무섭다. 아내가 버티지 못할까 무섭다. 그를 잃을까 무섭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진인탄(金銀潭)병원의 병원장 장딩위(張定宇)의 고백이다. 진인탄 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출현 이후 가장 많이 언론에 등장하는 중국 병원이다.
 

전염병 전문인 진인탄병원의 장딩위 원장
자신은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루게릭병 앓고
방역 전선서 뛰던 아내는 감염돼 입원하기도
600여 의료진 이끌고 매일 폐렴과 전쟁 중

중국 우한의 진인탄병원은 우한 폐렴 확진 환자를 전문 치료하는 곳으로 장딩위 병원장은 600여 의료진을 이끌고 매일매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 호북일보망, 커하오]

중국 우한의 진인탄병원은 우한 폐렴 확진 환자를 전문 치료하는 곳으로 장딩위 병원장은 600여 의료진을 이끌고 매일매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 호북일보망, 커하오]

 
우한 최대의 전문 전염병 병원으로 지난달 29일 우한 폐렴 환자 7명이 입원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확진 환자만 받는 이 병원으로 실려 온 사람이 지난 26일까지 무려 657명에 달했다.
우한 폐렴과의 싸움이 목숨을 건 한바탕 전쟁이라면 그 전쟁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적과 맞서 싸우고 있는 곳이 바로 진인탄 병원이다. 그리고 600여 의료진을 이끌고 생과 사의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장수가 장딩위 병원장인 셈이다.
올해 57세인 그는 병원에서 성질 급하고 목소리 크기로 유명하다. 일 처리가 빠르기로 정평이 나 있다. 2008년 5월 쓰촨(四川)성 원촨(汶川)대지진 때 후베이성 제3 의료팀을 이끌고 재빨리 현장으로 달려가 부상자 치료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2011년엔 후베이성의 첫 번째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 의사로 파키스탄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그해 섣달 그믐날 새벽을 꼬박 새우며 황급하게 잇따라 찾아온 임산부 세 명의 아이를 차례로 받은 추억을 갖고 있다.
 
우한 진인탄병원의 장딩위 병원장은 자신이 루게릭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우한 폐렴과의 싸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중국 호북일보망, 커하오]

우한 진인탄병원의 장딩위 병원장은 자신이 루게릭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우한 폐렴과의 싸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중국 호북일보망, 커하오]

 
우한 제4 병원 부원장과 우한혈액센터 주임을 거쳐 6년 전 전염병 전문 병원을 맡은 그는 지난달 29일 진인탄 병원으로 이송된 7명의 환자를 받고선 이번 병이 간단하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화난(華南)수산시장에서 왔다는 이들은 목의 분비물 검사에선 음성 반응을 보였는데 병세는 갈수록 나빠지고 폐에 이상이 생겼다. 일부 환자의 경우 폐에 반점이 생기며 점점 더 커지고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바로 환자의 기관지 허파꽈리세척액을 채집해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로 상세한 검사를 맡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출현을 알리게 된 계기다. 첫 환자 도착 4일 만에 진인탄 병원은 우한 폐렴과 싸우는 전문 병원으로 지정됐다.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에이즈 치료약이 일부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걸 처음 발견한 곳도 진인탄 병원이었다. 지난 5일 화난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왕리웨이(王立偉)와 그의 아내, 처제 세 명이 감염돼 병원에 왔다.
장딩위 원장은 증세가 심하지 않은 왕의 아내를 상대로 약물 투여와 함께 자가 격리 치료를 권했다. 그 결과 2주 만에 그는 건강을 되찾았다. 면역력을 높이는 동시에 증상에 맞는 약물을 투입한 게 효과를 봐 폐렴이 자연적으로 치유됐다.
 
우한 진인탄병원의 장딩위 병원장이 밤늦은 시간 중환자실을 둘러보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 자신 루게릭병을 앓아 거동이 불편하고 병원에서 일하던 아내 또한 우한 폐렴에 감염되는 등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다. [중국 호북일보망, 커하오]

우한 진인탄병원의 장딩위 병원장이 밤늦은 시간 중환자실을 둘러보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 자신 루게릭병을 앓아 거동이 불편하고 병원에서 일하던 아내 또한 우한 폐렴에 감염되는 등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다. [중국 호북일보망, 커하오]

 
장 원장은 “개인의 면역력을 높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전염병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 지금은 우선 두려움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데 호북일보(湖北日報)의 취재 결과 불치의 병은 장 원장 자신이 앓고 있었다.
걸음걸이가 불편한 걸 눈치채고 문의한 결과 그 자신이 2018년 10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병원에는 알리지 않아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이로 인해 두 다리 근육이 위축되기 시작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동료가 왜 그러냐 물으면 그저 무릎이 안 좋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에 힘이 빠지고 살이 떨리며 쉽게 피로를 느끼기에 그는 마음이 더 급하다고 했다. 환자를 병마의 손아귀에서 구해내려면 시간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장 원장 자신이 의사이지만 병마가 그의 가족을 비껴가지는 않았다. 지난 13일이었다. 밤늦게 집에 귀가한 그는 아내와 우한 폐렴 환자의 상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발병할 때는 몹시 숨차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자 아내가 “나도 요즘 숨차다”고 답했다. 우한 제4 병원에서 일하는 아내도 질병 통제의 일선에서 싸우고 있었다. 이튿날 아내는 조용히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확진 판정이었다. 아내는 결국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중국 후베이성의 우한시는 환자가 급증하자 2003년 사스 발생 시 베이징이 긴급하게 지은 샤오탕산병원 모델을 따라 레이선산이라 이름한 병원을 짓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후베이성의 우한시는 환자가 급증하자 2003년 사스 발생 시 베이징이 긴급하게 지은 샤오탕산병원 모델을 따라 레이선산이라 이름한 병원을 짓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15일 새벽 1시가 넘어 비로소 진인탄 병원에서 나와 아내가 입원한 제4 병원으로 향하는 도중에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기 어려웠다고 그는 호북일보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참으로 부끄러웠다. 좋은 의사였을지 몰라도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며 자책했다.
그는 “결혼한 지 28년 됐다”며 “나도 무섭다. 아내가 버티지 못할까 무섭다. 그를 잃을까 무섭다”고 고백했다. 진인탄 병원에서 10여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병원에 아내를 맡긴 한 남성의 솔직한 육성이다. 
 
그런 그에게 잇단 희소식이 전해졌다. 먼저 진인탄 병원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진이 속속 도착했다. 육군군의(軍醫)대학에서 보낸 150명, 상하이에서 파견한 136명의 의료진이었다. 이어 아내 또한 병마를 이겨내고 퇴원한다는 소식을 받았다.  
진인탄 병원은 30일로 우한폐렴과의 전쟁 한 달을 넘겼다. 그 사이 우한에서만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올지, 또 언제까지 싸움을 지속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악조건 속에 분투 중인장딩위 원장의 싸움 또한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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