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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수사 기소 앞두고 외부 의견 듣자던 법무부와 이성윤...과거 결과는 '글쎄'

중앙일보 2020.01.30 11:00
지난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뉴스1]

지난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뉴스1]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 수사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주요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보고하자 법무부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나란히 "수사팀 외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지난 28일 전국 검찰청에 공문을 내려 "검찰 사건 처리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위원회와 부장회의 등 내부 협의체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검장 역시 29일 '울산 사건 처리 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등에게 울산 사건을 검찰 전문자문단 또는 부장회의에 부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채택되지 않았다. 
 
그동안 검찰 수사팀 외부 의견을 듣고 검찰이 처리한 사건 결과는 어땠을까. 법조계는 수사심의위와 검찰 전문자문단이 공개적으로 검찰에 의견을 제시한 3건에 대해 모두 법리적 검토보다 여론에 휘둘렸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 때문에 울산 사건 주요 피의자 기소에 앞서 외부 의견을 참고하라는 주장을 두고 "노골적으로 기소를 막으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의견 들어보니…노조 파업은 불기소 의견, 기소한 사건은 무죄 판결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16년 7월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총파업 투쟁대회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DB]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16년 7월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총파업 투쟁대회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DB]

수사심의위가 심의한 1호 사건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파업 관련 사건이었다. 
 
심의위가 열린 2018년 4월까지 검찰은 노조 간부 14명에 대해 2015년과 2016년 불법 파업을 주도해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수사했다. 심의위는 파업에 대해 혐의는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검찰에 냈다. 검찰은 당시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결국 심의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에 사측은 경찰에 다시 이 사건을 고소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기조가 검찰의 기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심의위의 두 번째 사건은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 보복을 한 혐의를 받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사건이었다. 
 
당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70여일간 조사를 벌여 인사상 불이익 혐의에 대한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내부적으로 안 전 국장의 신병처리를 고심하다 심의위에 넘겼다. 심의위는 4시간의 격론 끝에 안 전 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하라고 검찰에 권고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에 넘겨진 안 전 국장은 지난 9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대법원 직권으로 보석결정을 받아 석방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대법원 직권으로 보석결정을 받아 석방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심의위보다 형사법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전문자문단의 의견을 따랐을 때도 검찰은 재판에서 패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 청탁 사건이다. 당시 수사단은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을 내며 반발했지만, 검찰은 전문자문단의 의견에 따라 권 의원을 기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권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심의위 위원들은 사건을 법리적으로 따져보기보다 여론에 이끌릴 가능성이 크다"며 "증거가 불충분한데 무리하게 기소를 하다 보니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울산 기소 회의서 외부 의견 참고하자고 주장한 이성윤 

이성윤 중앙지검장

이성윤 중앙지검장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29일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 '울산 지방선거 개입 피고발 사건 처리 관련 회의'에서 울산 사건 기소 자체에 대해 검찰 전문자문단 또는 내부 부장단 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가 보낸 공문이 이 지검장의 기소 반대 논리로 활용될 것이라는 법조계의 예상이 맞은 셈이다. 
 
회의 결과 이 지검장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울산 사건의 경우 일반 검사에게 맡겨도 수사가 어려운 전문 분야라는 점, 선거와 관련돼 있다는 점, 유명인 연루자가 많아 보안 필요성이 상당하는 점 등의 반대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지검장을 제외한 수사 라인 전체가 기소 의견에 동의하는 사건을 외부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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