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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상징' 병원 재건축 돌입…中심장부 베이징도 심상찮다

중앙일보 2020.01.30 10:4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확산일로인 가운데 중국의 수도 베이징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크게 세 가지 점이 주목된다. 첫 번째는 베이징 시 정부의 강력한 방역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산 속도가 줄지 않고 꾸준하게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첫 환자 발생 불과 열흘 만에 100명 돌파
감염자가 사망 전 학부모 모임 참석해 충격
사스 발생 시 긴급하게 지은 샤오탕산병원
2010년 철거했는데 춘절 당일부터 공사 시작
베이징의 '우한 폐렴' 폭발 대비란 우려 나와

베이징에서 우한 폐렴에 걸려 27일 사망한 남성이 지난 20일 인대부중의 학부모 모임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베이징 내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베이징에서 우한 폐렴에 걸려 27일 사망한 남성이 지난 20일 인대부중의 학부모 모임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베이징 내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베이징에서 첫 우한 폐렴 환자가 보고된 건 지난 19일이었다. 지난해 개장한 베이징 신공항이 있는 다싱(大興) 구에서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이후 28일 자정 기준으로 102명을 기록했다. 열흘 만에 100명을 돌파했다. 매일 10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베이징의 우한 폐렴 환자 수는 29일 하루 9명이 또 늘어 111명이 됐다. 중국 대륙의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10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베이징의 18개 구·현(區·縣) 가운데 7곳을 제외한 11곳에서 환자가 발생해 우한 폐렴이 광범위하게 전파됐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2003년 사스 발생 시 사용한 샤오탕산 병원 재건에 들어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이 2003년 사스 발생 시 사용한 샤오탕산 병원 재건에 들어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중국 환구망 캡처]

 
두 번째는 사망자까지 발생해 베이징 시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우한을 다녀온 50세 남성이 사망했다. 문제는 이 남성이 병원을 찾기 전인 지난 20일 하이뎬(海淀)구에 위치한 인민대학부속중학(人大附中) 학부모 모임에 참석한 것이다.
 
인터넷상에선 당시 학부모 모임에 무려 1000여 명이 참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불안감이 커지자 인대부중에서 28일 저녁 해명에 나섰다. 고3 학생의 아버지였던 이 남성이 지난 8일 우한에 갔다가 15일 베이징에 돌아온 후 열이 나는 증세를 보였다. 20일 인대부중이 고3 학생 부모들을 위한 학부모 모임을 개최했는데 이 남성이 참석했으며 당시 마련된 좌석은 680개로 1000명 참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남성은 전체 학부모 모임에 이어 반별 모임에도 참석했다고 학교 측은 말했다.
 
중국 당국이 춘절 당일인 25일부터 사스 치료를 위해 긴급하게 지었던 샤오탕산 병원에 대한 재건 공사에 들어가 우한 폐렴 폭발에 대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당국이 춘절 당일인 25일부터 사스 치료를 위해 긴급하게 지었던 샤오탕산 병원에 대한 재건 공사에 들어가 우한 폐렴 폭발에 대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1000명이 아니고 가장 많게 봐야 680명이란 설명이지만 이 남성이 많은 사람과 접촉했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남성은 이튿날인 21일 병원을 찾았고 2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병세가 악화해 27일 사망했다.
 
학교 측은 23일 밤 베이징시 하이뎬구 질병통제센터의 통지를 받고 센터에 당시 학부모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의 명단과 연락처 등을 즉시 제공했고 센터는 학부모와 학급 교사에 대한 격리 조치와 검사 등을 실시했으며 추가 감염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베이징 시민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세 번째 주목할 사항이 나타났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을 강타했을 때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황급하게 세워졌던 창핑(昌平)구의 샤오탕산(小湯山) 병원이 재건축에 들어간 것이다.
 
2003년 사스 퇴치의 상징과 같은 샤오탕산병원이 춘절 당일인 25일부터 재건에 들어갔다. [중국 환구망 캡처]

2003년 사스 퇴치의 상징과 같은 샤오탕산병원이 춘절 당일인 25일부터 재건에 들어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사스 발병 당시 하루 평균 16명의 신규 환자가 생기자 베이징 시 정부는 환자 수용을 위해 샤오탕산 병원 북쪽의 빈터에 긴급하게 새로운 병원을 지었다. 4월 24일 시공에 들어가 7일 만에 완공, 5월 1일 문을 열었다.
 
1200여 명의 의료진이 투입돼 베이징의 60여 개 병원으로부터 이송된 680명의 사스 환자를 치료했다. 베이징 사스 환자의 4분의 1 이상을 이곳에서 맡아 이후 샤오탕산 병원에는 ‘사스 병원’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샤오탕산 병원은 문을 연 지 51일 만인 6월 20일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며 임무를 완성했다. 사스 병마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설은 이후 2010년 4월 철거됐다. 특수한 시기에 특수한 임무를 담당한 병원으로 중국인 기억에 남았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우한 폐렴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2003년 사스 퇴치를 위해 지었다가 철거한 샤오탕산병원이 최근 재건에 들어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수도 베이징의 우한 폐렴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2003년 사스 퇴치를 위해 지었다가 철거한 샤오탕산병원이 최근 재건에 들어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최근 우한에서 폐렴이 폭발하자 우한시는 베이징의 샤오탕산 병원 모델을 따라 훠선산(火神山)과 레이선산(雷神山)이라는 이름의 두 병원을 긴급하게 짓고 있다. 우한 폐렴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한데 베이징시가 춘절(春節, 설) 당일인 25일부터 샤오탕산 병원 재건축에 들어간 게 중국 언론에 포착됐다. 이유는 특별히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베이징에서도 우한 폐렴이 폭발할 것에 대비해 미리 준비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춘절 당일 공사를 시작했다는 건 베이징 시 정부가 얼마나 다급하게 일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조장을 맡은 당 중앙 차원의 우한 폐렴 대응 영도소조에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당서기가 포함된 것도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 20일과 25일, 27일, 29일 등 무려 네 차례나 우한 폐렴과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중국 인민에 호소하고 있는 현실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중국 당국이 춘절 당일부터 2003년 사스 퇴치의 상징과 같은 창핑구의 샤오탕산병원에 대한 재건 작업에 돌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당국이 춘절 당일부터 2003년 사스 퇴치의 상징과 같은 창핑구의 샤오탕산병원에 대한 재건 작업에 돌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이런 가운데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9일 하루에만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우한 폐렴 발생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 수로, 이제까지 목숨을 잃은 사람은 170명으로 늘었다. 중증 환자가 1370명에 달해 사망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1737명의 신규 환자가 생겨 확진 환자의 수는 7711명에 이르렀다. 현재 밀접 접촉자로 의학관찰 중인 사람만 8만1947명에 달한다. 전날보다 2만 명 이상이 늘어난 수치로 1월 안으로 10만 명을 돌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하자 리커창 총리는 29일 당 중앙 차원의 우한 폐렴 대응 소조 회의를 개최하고 “질병이 계속 확산 추세이며 일부 지역에선 신속하게 상승하는 추세로 현재 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심각하다”며 각 부문이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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