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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아닌 나체 여인상에 하반신 노출한 男, 공연노출죄일까

중앙일보 2020.01.30 06:00
대법원

대법원

나체의 여자조각상 앞에서 성기와 엉덩이를 노출했다면 공연음란죄에 해당될까. 법원은 해당 행위는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나체 여인을 묘사한 조각상 앞에서 하반신을 노출한 A씨(47)에게 “공연음란죄에 해당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30일 밝혔다.

 
2017년 10월 저녁 A씨는 알몸의 여성과 남성들을 조각해놓은 참전비 앞에서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하반신을 노출했다. 지나가던 행인이 신고해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A씨는 하반신을 노출한 채였다.  
 

“성적 도의관념 반하는 행위” vs. “불쾌감 주는 정도”

 
1심과 2심은 A씨의 행위를 공연음란죄로 볼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형법 제245조에서 말하는 ‘음란한 행위’는 보통 사람들에게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말한다”며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그 행위가 타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음란한 행위라는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A씨에게는 벌금 1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가 선고됐다. 2년간 아동·청소년 시설 취업도 제한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함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다. A씨가 성행위 관련 행동을 한 것이 아닌 만큼, 다른 사람들의 성적 흥분을 유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A씨의 행위는 공연음란죄가 아닌 과다노출행위에 따른 경범죄처벌법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공연음란죄 위반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 ‘수치심’ 등 모호한 개념으로 계속 판단한다면, 상황에 따라 판단이 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경우에도 타인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노출 행위와 성행위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야기하는 행위를 구별해 처벌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 “사회통념에 따라 평가하면 공연음란죄”  

 
2심과 다르게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음란’이라는 개념 자체가 변화하는 유동적인 것임을 인정했다. 다만 음란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행위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해보면 단순히 불쾌감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A씨가 비록 성행위를 묘사한 건 아니지만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한 다수의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상당 시간 동안 노출 행위를 지속한 점, 성기와 엉덩이를 드러낸 채 조각상을 서성거리거나 바라본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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