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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년 전 지구에 산소 만든 박테리아로 지구온난화 주범 잡는다

중앙일보 2020.01.30 05:00
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는 빛과 이산화탄소만으로 산소를 만들어내고 세포성장을 하는 광합성 미생물로 남세균이라고도 불린다. 하천 등 다양한 서식지에서 발견되고 물속에서 폭발적인 증식을 한다.

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는 빛과 이산화탄소만으로 산소를 만들어내고 세포성장을 하는 광합성 미생물로 남세균이라고도 불린다. 하천 등 다양한 서식지에서 발견되고 물속에서 폭발적인 증식을 한다.

 생명체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산소(O₂)는 너무도 당연히 항상 존재해온 것 같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45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처음 15억 년까지는 산소가 거의 없었다. 대신 이산화탄소(CO₂)와 암모니아·메탄·수소 등이 가득했다. 그럼 산소는 어떻게 갑자기 지구상에 나타난 것일까. 지금이야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만들어내지만 말이다.
 
지구에서 처음 산소를 만들어낸 건 식물이 아니다. ‘남조류’라고도 불리는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이름의 세균이다. 화석 증거를 볼 때 30억 년 전쯤 원시 지구에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만드는 방식의 광합성을 하는 최초의 생명체였다. 지금도 강에서 볼 수 있는 남조류나 광합성을 하는 모든 식물들은 이 시아노박테리아가 살아남았거나 진화한 형태라 할 수 있다.
 
30억 년 전 지구에 처음 등장해 산소를 만든 이 시아노박테리아를 인공적으로 부활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실생활이나 공업원료로 쓰는 아세톤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른바 일석이조(一石二鳥) 기술이다.  
성균관대 식품생명공학과 우한민 교수 연구팀은 대사공학기술 활용해 태양광과 이산화탄소로부터 실생활은 물론 다양한 화학공업에 쓰이는 ‘광합성 아세톤(CH3COCH3)’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대사과정을 통해 천연 아세톤을 만들어내는 과정.[자료 성균관대]

시아노박테리아가 대사과정을 통해 천연 아세톤을 만들어내는 과정.[자료 성균관대]

우 교수 연구팀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시아노박테리아에 주목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고, 삽입함으로써 대사회로의 병목구간으로 있는 필수 피루브산 탈수소효소를 우회하는 합성대사경로를 도입해 인공 시아노박테리아를 개발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30억 년이라는 기나긴 진화 시간 없이도 이산화탄소로부터 직접 천연 아세톤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연구는 태양광과 이산화탄소로 시아노박테리아에서 아세톤을 생산하지 못했다. 또 초기 광합성 아세톤 생산연구에서는 그 수준이 미미했다. 연구팀은 세포 대사 내에 있는 필수 피루브산 탈수소화 단계를 아세톤 생산의 핵심 반응율속단계로 규명하고, 이산화탄소부터 우회할 수 있는 인공 아세트알데히드-아세트산 반응경로를 도입하여, 필수 반응율속단계를 극복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만으로 광합성 아세톤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생산하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아세톤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석유화학물질이다. 성균관대의 이번 연구를 이용해 천연 아세톤을 개발하면 석유화학제품을 친환경 바이오화학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이런 방식의 아세톤 생산은 석유자원 사용량을 최대 65%까지 줄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67%까지 줄일 수 있다. 2018년 기준 연간 전세계 아세톤 시장 규모는 4조원에 이른다. 연간 성장세 또한 5.4%에 달한다.  
 
우한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기존의 석유화학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활용(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CCU) 원천기술을 개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인공 시아노박테리아는 이산화탄소를 전환하기 위한 핵심대사경로를 포함하고 있어, 아세톤 이외에 다양한 석유화학대체 물질 생산을 위한 핵심기술 요소로 사용될 수 있”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20일 식물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플랜트 바이오테크놀로지 저널’온라인에 실렸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
 빛과 이산화탄소만으로 산소를 만들어내고 세포성장을 하는 광합성 미생물로 남세균이라고도 불리며, 다양한 서식지에서 발견되고 물속에서 폭발적인 증식을 한다.  

 
 
대사공학 (Metabolic engineering)
유용 생물소재의 대량생산을 위하여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세포의 대사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다수의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다른 생물종의 유전자를 도입해 새로운 대사회로를 구성하여 세포를 재설계하는 기술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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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