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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문 닫는 세계의 유명 패션 편집매장들…오프라인 편집매장의 종말 오나

중앙일보 2020.01.30 05:00
오프닝 세레모니 뉴욕 매장. [사진 OC 공식 사이트]

오프닝 세레모니 뉴욕 매장. [사진 OC 공식 사이트]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편집매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2017년 12월 말 '세계 3대 편집매장'으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의 '꼴레트'가 문을 닫더니, 이번엔 미국 뉴욕의 '오프닝 세레모니'가 폐점을 선언했다. 이제 남은 건 국내에도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10 꼬르소 꼬모'뿐이다. 지난해 8월엔 100년 역사를 가진 미국 백화점 '바니스뉴욕'이 문을 닫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뉴욕 쇼핑 명소 '오프닝 세레모니'의 폐점 선언

이번에 폐점을 선언한 오프닝 세레모니는 아시아계 듀오 디자이너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온이 함께 이끄는 패션 편집매장인 동시에 자체 상품을 생산하는 패션 브랜드다. 2002년 9월 뉴욕에서 시작해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4곳의 매장을 운영했다.  

뉴욕 매장 오픈 당시 미국에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신진 디자이너들, 특히 제3국 출신 디자이너의 옷과 액세서리를 소개하며 주목받았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편집매장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스타 디자이너가 된 알렉산더 왕을 발굴해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패션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뉴욕에 가면 한 번쯤은들러봐야 하는 명소'로 이름이 알려졌다. 디자이너 림과 레온은 이런 오프닝 세레모니의 성공을 기반으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겐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랬던 오프닝 세레모니의 갑작스러운 폐점 소식에 세계 패션업계가 술렁이는 중이다. 오프닝 세레모니 측은 지난 1월 14일(현지시각)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올해 전 세계 모든 매장의 문을 닫는다”며 향후 자신들은 “(브랜드 오프닝 세레모니를 위한)디자인에만 주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최근 몇 년간 과거와 같은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올해는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 화이트’ ‘마셀로불론’ 등을 소유한 이탈리아 패션회사 ‘뉴가즈 그룹’이 오프닝 세레모니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던 차였다. 그런데 오히려 뉴가즈 그룹의 공식적인 인수 발표가 있은 지하루 만에 폐점 공지를 했다. 시기는 “2020년의 언젠가”라고만 거론하며 정확한 시점을 밝히진 않았다. 림과 레온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쇼핑 방식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열정적이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소매업(리테일)의 힘을 믿는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온라인에 백기 든 세계 3대 편집매장
유명 오프라인 편집매장들이 문을 닫는 것은 소비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영향이 가장 크다. 영국 패션 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는 지난 1월 23일 "오프닝 세레모니의 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쇼핑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많은 사람이 여전히 편집매장을 찾지만, 문제는 더는그곳에서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쇼핑 공간에 몰려들지만, 매장은 이제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닌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하는 '쇼룸'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는 독특한 큐레이션과 관점을 보여주는 '컨셉트 스토어'는 흥미로운 공간이라 할지라도 판매가가 높은 까닭에 경험을 위한 공간으로밖에 활용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 된 패션상품 소비자들은 잘 꾸며 놓은 편집매장에 가서 물건을 보고, 실제 구입은 가격 경쟁력이 가장 좋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다.
2017년 문을 닫은 프랑스 파리의 편집매장 '꼴레트'. [증앙포토]

2017년 문을 닫은 프랑스 파리의 편집매장 '꼴레트'. [증앙포토]

오프라인 편집매장이 제공했던 '독특한 상품'을 더이상 선보일 수 없다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꼴레트의 창립자였던 사라 아델만은 지난해 한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처음 꼴레트의 문을 연 1997년엔 파리에서 '리복 퓨리' '키엘' '카시오' 같은 브랜드나 개성 강한 독립 잡지를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많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직접 자신을 소개하고 판매를 하니, 더는 꼴레트 같은 매장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실패 원인을 밝힌 바 있다.
 
대신 온라인 패션 플랫폼 '파페치' '네타포르테' '육스' 등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세계 패션업계를 장악하는 중이다. 세계 각국의 1100여 개 브랜드·백화점·편집매장 상품을 190개국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럭셔리 패션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는 2018년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지난해 뉴가즈 그룹의 지분 100%를 약 8170억원에 인수했다. 2000년 20억원의 펀딩으로 시작한 네타 포르테는 2010년 기업가치가 5800억원으로 훌쩍 뛰었고, 5년 뒤엔 육스와 합병하며 1조6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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