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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때도 '기내 감염 0'...비밀은 9000m 상공의 '에어커튼'

중앙일보 2020.01.30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확산 우려되는 가운데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항공승무원들이 승객탑승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확산 우려되는 가운데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항공승무원들이 승객탑승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가 29일 오전 10시 기준 전세계에서 6052명을 기록했다. 이 중 78명은 중국 이외 국가에서 발생했다. 78명의 환자 중 2차 감염자(일본 1명, 독일 1명)를 제외한 76명은 중국에서 감염돼 비행기로 이동한 뒤 해외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비행기 내에서 감염된 환자는 나오지 않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때 한국인 환자가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 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옆자리 승객 조차 감염되지 않았다. 비행기 내 감염이 잘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비밀은 비행기 내 공기 순환 장치에 있다. 비행기가 상공을 날 때 기내에선 에어컨이 끊임없이 가동된다. 기내 비행기는 우리가 가정에서 쓰는 에어컨과는 완전히 다르다. 병원에서 쓰는 공조 시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비행기가 3만 피트(약 9000m) 상공을 날 때 외부 온도는 영하 50℃ 이하로 떨어진다. 기내 에어컨은 외부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 실내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기내에 공급되는 공기의 50%는 객실에서 배출된 공기를 깨끗하게 걸러 다시 쓰고, 나머지 50%는 비행기 엔진을 거쳐 들여오는 외부 공기로 채워진다.

비행기 내 공기는 어떻게 순환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비행기 내 공기는 어떻게 순환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기내로 유입되는 외부 공기는 엔진 압축기를 통과하면서 압축된다. 이때 외부 공기의 온도는 약 200℃까지 가열되면서 멸균 상태가 된다. 깨끗하게 살균된 뜨거운 공기는 다시 오존 정화장치를 거쳐 에어컨 팩이라는 장치로 옮겨져 적당한 온도로 냉각된다.
 
이렇게 처리된 외부공기는 헤파(HEPA)필터로 정화된 내부공기와 절반씩 혼합돼 승객들의 머리 위에 있는 선반 송풍구를 통해 공급된다. 이런 방식으로 객실 내 공기는 2~3분 마다 환기가 이뤄진다.
 
대한항공 민경모 부장은 “헤파필터는 공기 중의 바이러스까지도 99.9%이상 완벽하게 여과해내는 장치다. 객실 위쪽 선반의 송풍구를 통해 깨끗한 공기가 공급되고 다시 객실 아랫쪽에 있는 배출구로 배출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쾌적한 공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행기에 탑승하면 춥다며 머리 위 송풍구를 잠그는 이들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깨끗한 공기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중앙포토]

비행기에 탑승하면 춥다며 머리 위 송풍구를 잠그는 이들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깨끗한 공기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중앙포토]

민 부장은 “객실 내 공기는 수평으로 흐르지 않고 각 구역 별로 수직으로 흐른다. 공기의 흐름이 승객의 머리 위에서 발 밑으로 흐르게 돼 바이러스 등이 앞ㆍ뒤로 퍼지는 것을 방지해 준다”고 덧붙였다. 
 
객실 공기가 지상과 달리 ‘에어커튼’ 처럼 수직으로 흘러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장치가 있다해도 기내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우한 폐렴의 기내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기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간혹 비행기에 탑승하면 춥다며 선반 쪽 송풍구를 잠그는 이들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깨끗한 공기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다소 춥더라도 감염 위험 예방을 위해 송풍구는 열어둬야 한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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